군대에는 유독 동물과 관련된 미신이 많다.
"어떤 동물을 죽이면 경계가 뚫린다", "어떤 동물을 죽이면 사고가 난다"는 식의 이야기들은 부대 곳곳에서 은근히 전해진다. 단순히 미신이라고 웃어넘기기엔, 군대는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공간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말한다.
“없는 미신이라도 만들어야 부대를 지킬 수 있다.”
야전 부대에서는 그만큼 안전과 임무 완수가 절대적이다.
내가 소대장일 때 일이다. 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0월 추계 진지공사를 앞두고 중대장님, 행정보급관과 함께 사전 정찰을 나섰다. 도보로 산을 오르내리며 작업량을 파악하던 중, 한 임도 위에서 뱀 한 마리가 나타났다.도시에서 자란 나는 실제 야생의 뱀을 본 건 처음이었다. 신기하고도 조금 무서웠다. 그때 행보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들 조심하십시오. 독사 같습니다. 머리 모양이 삼각형입니다.”
그 말을 들은 중대장님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나는 뱀이 너무 싫어. 뱀은 다 죽여야 해.”
곧바로 숲으로 들어가 1.5미터 정도 되는 막대기를 집어 오셨고, 뱀을 향해 다가갔다. 행보관은 곧바로 제지했다.
“중대장님, 이 작전지역에서는 뱀을 죽이면 꼭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그런 거 안 믿어요. 그런거 다 미신입니다. 마음 약한 사람이나 믿는 겁니다. 그리고 저 뱀이 병력을 물기라도 하면 어쩔 겁니까? 그냥 다 죽여야 합니다. ”
행보관은 끝까지 “그냥 쫓아버리자”고 했지만, 중대장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들 물러서 있어.”
그는 능숙하게 막대기로 뱀의 머리를 눌러 간단히 제압했고, 몸통까지 내리쳐 완전히 죽인 뒤, 사체를 숲속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인접 소대 지역으로 이동했다.
며칠 뒤, 일과 중 갑자기 중대장님이 창백한 얼굴로 중대장실을 나와 나를 찾았다.
“1소대장!”
“예, 중대장님!”
“급히 집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아내가 임신 중인데, 몸이 안 좋다고 하네.”
“알겠습니다. 중대는 제가 통제하겠습니다.”
그리고 중대장님은 곧장 차량을 타고 나가셨다.
사모님은 당시 임신 중이었고, 중대장님은 가족을 누구보다 아꼈다.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영양제를 챙기며 조심스레 생활해왔다.
병력들과 훈련 후 중대 막사로 복귀하자 행정보급관이 나를 맞이했다.
“소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중대장님에게 연락 왔습니까?”
“예, 전화 왔었습니다.”
“사모님은 괜찮으시답니까?”
“그게... 유산하셨답니다.”
순간, 나는 말을 잃었다. 그리고 3일 전 진지공사장에서 죽인 뱀이 떠올랐다. 직접적으로 연관 짓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묘하게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그때였다. 행보관이 담배를 피우며 혼잣말을 흘렸다
“그러니까 작전지역에선 뱀을 죽이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사건이 진짜 미신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우연이었을 수도 있고, 그저 불행한 사고였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부하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작전지역 내에서 뱀을 절대 죽이거나 잡아먹지 마라.”
그렇게 30년간 단 한 건의 인명사고 없이 군 생활을 마쳤고, 내 가족들 역시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지내왔다.
이 모든 것이 미신 덕분이라고 믿고 싶진 않다.
나는 그냥, 좋은 부하들을 만났고, 그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 일해온 결과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