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역량을 준비하는 방법 (#6)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라

by 사선에서

앞장에서 처벌 기록의 무서움, 법과 규정의 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처벌을 받은 것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그런 실수는 한 번쯤 용서받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A를 보며 늘 '참 아깝다'고 생각했다. 한때의 잘못된 판단(불법 정보에 대한 무지)으로 견책이라는 경징계를 받았지만, 임무 수행 능력이 탁월하고 인성 또한 우수해 나뿐 아니라 동료들도 높이 평가하는 인원이었다. 풀이 죽어 있는 모습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듯한 눈빛이 너무나 안타까워 면담을 실시했다.


"힘들지?"


"예."


"어떻게 할 거냐?"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 게 무너져서 사라진 느낌입니다."


"군 생활이 좋냐?"


"제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후회됩니다. 시간을 돌려놓고 싶습니다."


"그럼, 내가 도와줄까?"


"할 수 있다면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안되지 않습니까?"


"될지 안 될지 나도 확실히 장담은 못 해. 그런데 아주 조금의 가능성은 있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야."


"그럼 하겠습니다. 이대로 저의 군 생활이 끝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확신할 수 없지만,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해야 해. 어쩌면 투자한 노력과 시간이 무의미할 수도 있어."


"지금 하고 있는 후회를 잊을 수 있게 정말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A에게 진급할 수 있는 타임 테이블과 구체적인 계획을 정리해 주었다. 동료들보다 2년 늦은 시기를 진급 적정기로 보고, 그때까지 3년 동안 갖추어야 할 분야(특급전사, 체력 특급, 정비사 자격증, 학위 등)를 정했다. 술과 담배도 끊기로 했다. A는 무엇보다 교육 훈련, 작업, 병력 관리 등 부여된 임무에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

A는 부단히 노력했다. 처절할 정도로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였다. 차근차근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며 성과를 얻었다. 1년이 지나 진급 심사에 들어갔지만, 예상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A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2년이 지나 다시 진급 심사에 들어갈 때까지 더욱 박차를 가했다. 나는 그런 A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 좋은 평정과 지휘 추천을 부여했다.


사단 주임원사에게 가서 A에 대해 소개하고 칭찬했다. 징계를 받았던 개인적 아픔, 그리고 다시 일어서고자 혼신의 힘을 다 짜내고 있는 2년의 기간에 대해 말하자 사단 주임원사는 놀라는 눈치였다. 대대 병력 결산을 할 때는 참모장님께 A를 자랑했고, "정말 우수한 자원이 될 것"이라는 덕담까지 들었다.


드디어 목표로 했던 2년이 지나고 진급 심사에 들어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과 발표 시 마치 내가 진급 심사에 들어간 것처럼 초조했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아쉽고 미안했다. 괜히 추천했나 싶어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A가 나를 찾아왔다.


"전 괜찮습니다. 아쉽지만 최선을 다해서 뿌듯합니다."


"미안하다."


"아닙니다. 어차피 저로 인해 생긴 결과입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께 저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내년에 전역하는데, 그때까지 군인으로서 임무 수행 잘하면서 전역 준비도 하려고 합니다."


"그래, 너는 잘할 거야.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


나는 2년 동안의 대대장 임기를 마치고 사단 참모로 보직을 바꿨다. A에게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당부를 하면서 두 손을 꼭 잡아주고 대대를 떠났다. 가끔 들려오는 A가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소식에 속으로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이 거의 지나갔을 때였다.


기적을 만든 것은 결국, 스스로의 노력

갑자기 A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대대장님, 저 진급했습니다!"


"그래? 축하한다. 그런데 전역 당해 연도는 안 되는 거 아닌가?"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진급했습니다. 다 대대장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놀랍고 기뻤다. 내가 진급한 것보다 더 기쁘게 축하해 주었다. 어떻게 진급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사단 주임원사에게 물었다. 주임원사가 해준 답변을 여러분이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징계를 받은 사실은 2년 차 진급 시기에 이미 핸디캡이 적용되어 탈락했습니다. 통상 징계를 받으면 포기하는 인원이 대다수인데, A는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징계 받기 전보다 근무 태도, 상훈, 평정, 잠재 역량, 체력 등이 급격히 발전해서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받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외로 전역을 앞뒀지만 진급을 시켰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여러분 중에 혹시 한때의 실수로 징계를 받았지만 군 생활을 포기할 수 없다면, 이를 악물고 다시 도전해 보길 바란다. 분명 당신의 동기들보다는 수년이 늦어질 것이다. 동기들이 먼저 진급하는 모습을 보면 배가 아플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사람에게 그런 부러움은 당신을 더욱 자극하여 몰입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미 늦었으니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목표를 향해 돌격하자.


목표로 정한 시기에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상관과 동료, 후배들은 당신을 응원하게 될 것이고, 그들의 성원은 기적이 아닌 여러분의 자력표에 그대로 담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멋진 자력표를 보고 반하지 않을 진급 심사위원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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