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기록은 치명적이다.
군 복무를 하다 보면 자의, 타의, 실수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처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형사처분과 징계 등이 있고, 기타 처벌에 포함되는 경고가 대표적이다.
형사처분은 형법에 의해 죄가 있을 때 재판을 통해 형량이 결정된다. 또한, 기소 이상의 죄가 있을 경우 재판과 관계없이 징계처분을 받는다. 즉, 재판에서 무죄가 성립되더라도 사실조사 결과를 기초로 징계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징계는 징계 규정에 의거해 양정기준의 적합도를 따져 경징계와 중징계로 나뉜다. 경징계에는 견책, 근신, 감봉이 해당되고, 중징계는 해임, 파면, 강등이 있다. 그리고 사실조사 결과 징계양정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 징계불회부 경고를 줄 수 있고, 이는 기타 처벌 기록으로 자력표에 남는다.
이런 형사처분과 징계, 경고는 군 생활에 치명적이다. 일단 돈과 관련된 경징계를 받을 경우 성과상여금을 전액 받지 못하고, 반기 1회 있는 정기 근속수당도 삭감된다. 그리고 2년 동안 호봉 승급이 지연된다. 이를 다 합치면 소령 기준 약 700만 원 정도를 받지 못하게 된다. 중징계는 금액도 클 뿐만 아니라, 전역 후 연금도 삭감된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아픈 것은 자력표에 처벌 기록이 남는 것이다.
처벌의 종류에 따라 2~4년간 자력표에 기록이 남는데, 이는 장기복무 선발이나 진급 심의 시 반드시 언급되도록 장치화되어 있다. 그래서 아무리 평정과 추천, 체력, 잠재역량이 우수해도 처벌을 받은 경우 장기복무나 진급이 되기 힘들다. 그 이유는 장기복무나 진급의 경쟁률이 매우 높아 아주 우수하게 관리된 인원들이 근소한 점수 차이로 등락이 결정되는데, 여기에 처벌 기록이 포함되어 있으면 우수한 인원들 속에서 경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분은 절대로 처벌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처벌은 여러분이 노력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야전에서 주로 발생하는 초급간부들의 처벌의 원인은 폭언 및 욕설, 가혹행위이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A의 사례를 보자.
A는 양성과정에서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초급장교가 되었다. 초군반에서 우등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우수했고, 분명히 규정과 방침에 따라 지휘하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초급장교였다. 그런데 정작 야전에 소대장으로 보직받고 나서 보니, 오히려 소대원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부대원들이 자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고,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급이라는 권력에 의탁해 지휘하려 했다. 근근이 따라오던 소대원이 점점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이윽고 자신이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선배들이 알려준 방법인 얼차려를 시켰고, 일부 폭언도 하였다. 그 뒤로 소대원들은 A가 말을 하면 빨리 움직였고, A를 우습게 보지 않고 두려워하는 것 같아 내심 드디어 부대를 장악했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 군사경찰대 수사관이 찾아와 몇 가지를 확인했다. 단순한 사실 확인이라고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나 며칠 후 정식 소환장이 발부되고, 군사경찰대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다. 다행히 형사처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경징계를 받았다. 이유는 가혹행위와 폭언, 욕설이었다. 그 뒤로 소대원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매우 힘들었고, 결국 보직해임이 되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장기복무에 선발되지 못하고 결국 전역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자문을 하며 후회한다. 그러나 이미 다 끝나버린 뒤였다. 대대장 시절, 어느 소대장의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당시 그를 구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냥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위로해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는 군 간부가 이런 무서운 처벌을 피하는 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군 인사법과 규정에는 부하를 존중하고, 폭언과 욕설은 범죄임이 명시되어 있다. 그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만약 화가 난다고 사람을 죽이면 되겠는가? 분명 안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똑같은 범죄인데 폭언과 욕설은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은 구시대적 군대 문화에서는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예외 없이 처벌을 받는다.
항상 내가 하는 말과 행동, 지시가 법과 규정에 부합하는지 한 번 자문해야 하며, 만약 그것을 잘 모르겠다면 하지 않는 게 낫다. 그러면 임무수행을 잘 못할 수도 있다고? 그렇다면 차라리 임무수행을 못하라. 왜냐하면, 임무수행을 못하면 상관에게 질책 한 번 따끔하게 받으면 되지만, 법과 규정을 위반한다면 군 생활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처벌은 정말 치명적이다. 군 생활이 끝나는 것도 있지만, 당신의 꿈이 후회로 뒤범벅되는 것이 더 무섭고, 그것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게 공포 그 자체다.
그러니... 꼭 법과 규정을 스스로 공부하고, 임무 수행 전에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며, 화가 나더라도 처벌이 두려워 법과 규정의 테두리를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그 순간을 잘 넘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내 경험상,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열받지 말고, 즉각적인 대응을 피한 채 세 발자국 뒤로 물러나 돌아서서 먼 산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세 번 이상 쉬어보면 좋더라. 그렇게 하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고, 정말이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