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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 운탄고도는 그런 꿈 이고간다

운탄고도

by 시시한 삿갓

운탄고도*



모롱이 돌고 돌아 굽이굽이 겨운 굽이

아리랑 아라리요 가락조차 굽은 굽이

산 첩첩 물 첩첩 돌아

중중첩첩 그예 그

산 꺼멍 강물 꺼멍

집도 절도 마카 꺼멍

꺼멍 마을 살점 하나 까막새로 날아오른

무너진 갱도 앞에서 꽃이 됐나, 동강 할미


폐경의 그날처럼 갱문 굳게 닫혔는데

지아비 묻어 둔 채 먼 데로 뜨지 못한

등 굽은 망부의 정미

고갯마루 서성이고


일생이 숯덩이인 속엣것들 다 삭으면

어둠에서 빛을 캐는

光田 같은 품이 될까

구름 속 운탄고도는 그런 꿈 이고 간다

* 運炭高道 : 석탄을 운반하는 높은 길로 영월, 정선, 태백, 삼척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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