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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씨 Dec 04. 2024

묵묵히 30년을 섬겨 온 한 순례자의 발자취

고성 평화기행을 다녀와서(3)

이번 고성 평화기행에서 여러 뜻깊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중 고성군 왕곡마을의 오봉교회 장석근 목사님과의 만남도 잊을 수 없는 뜻깊은 만남이었던 거 같습니다.


일반 고성의 동네들을 지나다가 왕곡마을에 들어서자 마을 입구부터 느낌이 기존 한옥들과는 좀 다른 북방식 한옥마을이 옹기종기 있는 마을이어서 색다른 느낌이었고, 오봉교회 역시 그런 북방마을의 형태를 띤 독특하고 예쁜 교회였습니다.

함경도식 북방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성촌 마을이 오봉마을입니다.



밖에서 보면 교회 같지 않았고, 작은 간판으로 정갈하게 있는 교회 건물도 신기했고, 안에 들어갔더니 깨끗하고 작지만 뭔가 차분한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교회당도 색다르고 좋았습니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오봉교회 모습입니다. 교회 간판은 가운데 조그맣게 있습니다 ^^


오봉교회에서 목사님과 목사님께서 저희를 위해 부탁해 주셔서 함께 동석한 한 권사님과 함께 왕곡마을의 얘기와 실향민 분들에 대한 얘기도 듣고, 고성의 아픈 역사와 6.25 전쟁이 끝나고도 꽤 오랜 기간 한국 사회로부터 잠재적으로 빨갱이 취급받을 수밖에 없었던 분들의 이야기와 통일이 되어 고향땅에 남겨 두고 온 가족들을 기다리며 그리워하다 돌아가신 분들의 얘기들을 함께 듣고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담하고 정갈한 교회에서 함께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이 작은 교회에서 30년 동안 실향민 어르신들과 동고동락하며 이분들의 이야기를 희곡으로 만드신 이반 작가님을 도와 책자로도 만드시고 연극으로도 올려 그 아픔과 그리움을 몸짓과 외침으로 토해 놓을 수 있도록 애쓰고 수고한 목사님의 노고를 들으며, 30년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섬김과 함께함으로 귀한 걸음을 걸어오신 한 순례자의 걸음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교회에서 함께 웃고 울었던 1세대 실향민과 1.5세대 실향분 분들이 다 돌아가시고 남은 분들과 2세대, 3세대 분들과 함께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시고 계시며, 저희와 같은 이들에게 이분들의 아픔을 잊지 말라고, 이런 아픔이 다시없도록 변화가 있기를 기도하며 마지막 백발의 사역을 향해 걸어가시는 老순례자의 걸음은 기행을 다녀오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 계속 마음에 남는 거 같습니다.


그렇게 감사하고 귀한 만남이었고, 아름다운 북방마을과 작은 교회였습니다. 


ps. 이 오봉교회에 대해 어떤 네이버블로그 분이 올린 글이 있어 링크를 남겨 봅니다. 교회의 예쁜 모습을 여러 사진으로 잘 남겨 놓으셨길래, 옮겨 봅니다. 이 마을 자체가 문화재이기도 해서 고성쪽에 관광을 가실때 가보셔도 좋을거 같습니다(링크 : https://blog.naver.com/jootime/223225003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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