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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Nov 13.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44화

4박 5일 남부여행기 1  -후예 편

*드디어 여행 계획


르완다에 와서 처음으로 여행 일정을 잡았다. 첫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꼽았던 여행지가 후예다. 현재 부타레라고 불리는 후예는 르완다의 예전 수도이며 교육도시다. 이곳을 중심으로 하여 가까운 곳 몇 군데를 더 가볼 계획이다.


*나부고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고~고~!


남편은 나부고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일찍이 버스 예매를 했다. 누군가 버스가 많으니까 예매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러주었지만 그래도 확실한 여행을 위하여 예매는 필수 아닌가. 남편이 일주일 전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그런데 지정된 좌석이 표시되지 않은 것은 좀 의아했긴 했다.


버스를 기다리며

캐리어 가방 하나와 백팩을 메고 나부고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택시를 탔다. 9시 버스라 서둘렀더니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시간이 지나도록 예매한 버스는 도대체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곳은 여러 버스 회사가 집합하여 각자 운행하고 있었다. 후예로 가는 버스가 여기저기서 출발을 했다. 버스종류도 대형, 소형 다양해서 골라서 탈 수 있었는데... 에구, 우리가 타는 버스는 소형버스다. 예매는 아무 소용없이 그냥 올라타는 대로 앉는다. 다행히 우리는 통로가 아닌 좌석 하나씩 자리 잡았는데 통로에 가방을 놓자 승객 한 사람의 자리를 차지해 버린다. 다음 여행부터는 필히 백팩을 메어야겠다. 


은근히 캐리어가 큰 짐이 되었다. 우리나라 봉고차를 연상시키는 버스에는 빈틈없이 손님들이 찼다. 통로에 앉은 사람들 좌석 중에는 고장 난 것도 많다. 의자가 한쪽으로 기울어져있는데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인내가 신기했다.


버스가 멈춘 짬짬이 틈을 타서 창문 밖에 있던 장사꾼들이 먹을 것을 들어 보인다. 옥수수빵, 땅콩, 사탕, 음료, 삼부사(야채나 고기를 넣은 삼각형 모양의 튀김)... 창가에 앉은 남편이 구운 옥수수2개 샀다. 옆에 앉은 흑인 여자에게 절반을 잘라주었다. 뒤에 앉은 남편도 절반을 잘라 큰 것을 옆 사람에게 나눠 주었다는데 그 사람이 고맙단 말도 없이 어찌나 허겁지겁 먹어버리는지 놀랐다는 얘기를 한다. 얼마 되지도 않은 저렴한 가격일지라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여행을 하면서 실감한다.  




*어리바리, 숙소 도착


갈릴레오 호텔

후예까지는 3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숙소는 Galileo Hotel. 후예 버스터미널에서 1.2킬로미터의 거리에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터미널에서 호텔까지는 충분히 걸어가도 될 거리였고 모토 가격으로 오백 프랑만 주면 갈 수 있는 매우 가까운 거리다. 그런데 처음 방문한 티가 나는 외국인 손님을 이들은 바가지를  씌워 두 배를 받았다. 호텔은 싱글룸으로 하루 삼만 프랑이다. 작은 공간에 매우 실용적인 구조였고 싱글룸이긴 해도 폭이 넓어서 둘이 자도 괜찮았다. 대신 조식은 한 명만 가능하다고 해서 나는 비용을 지불하고 먹었다. 말이 조식이지 따로 돈 내고 먹기 아까울 정도로 정말 간단한 현지음식이다.


오토바이 연습장, 멋진 나무와 함께
호텔 앞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흙길

호텔 앞은 붉은 흙길이 주는 자연 광장 같은 경치가 펼쳐있고 오토바이와 자동차 운전 연습장이 있다. 이러하니 주변은 딱히 음식점이 없어서 우리는 먹는 것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부분의 식사를 호텔 레스토랑에서 해결해야 했다. 아주 맛난 중국음식점이 있다는 얘기를 여행 다녀온 뒤에야 들었다. 여행 가기 전에는 확실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서 정보를 많이 수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중국집을 그냥 지나쳐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첫날은 점심으로 올코스 만 프랑 하는 로컬푸드인 멜랑제를 먹었다. 르완다 음식은 뻔하다. 수프와 식빵, 바나나 요리, 카사바(고구마와 비슷한데 퍽퍽하다), 콩, 과일 두 가지, 커피 등 다행히 자극적이지 않고 밋밋한 맛이 가끔 먹기에는 괜찮다. 물론 그 밋밋한 맛 때문에 입맛이 떨어질 때도 있긴 하다. 어쨌든 남편과 나는 음식에 그리 까다로운 편이 아니어서 입에 들어가면 그냥 만족하는 편이다. 르완다 생활을 하면서 서민적인 입맛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민속 박물관 투어


첫날은 박물관 투어를 했다. 역시 옛 수도에 걸맞게 큰 규모의 박물관이다. 후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고 도로 바로 옆이라 찾기가 너무 쉽다. 겉에서 보아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규모다. 입구에 있는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안으로 들어가니 초입에 선물 파는 코너가 있고 입장료를 지불하면 된다. 외국인 거주자증을 꼭 가져가라고 지인이 일러주어서 혜택을 봤다. 오십 프로 할인을 받아서 둘이 사천 프랑만 지불하면 되었다. 지인이 일러준 대로 요소요소 이 카드가 잘 쓰였다. 역시 소문내며 물어보길 잘했다.


박물관 입구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르완다 대부분의 전통 춤이 소 뿔을 연상시키는 춤인 것으로 보아 박물관 입구에 있는 양쪽 모형도 그런 것 같다. 내부 전시실은 꽤 널찍했으며 잘 관리되어 있다.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더 다양한 자료를 올리지는 못하지만, 르완다의 지질학적 도표와 지도 외에 바나나 와인 만드는 법등도 잘 설명되어 있다.


박물관 입구, 실내 전시실
르완다의 타악기, 물건을 이고 가는 여인
옷 넣는 바구니, 박물관 한편에서 바구니를 짜고 있는 난쟁이 여인

밖에 나오니 하늘이 이렇게 파랗다. 하늘과 어우러진  초록 초록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서 평화로움을 느꼈다. 일 년 내내 꽃이 지지 않고 푸른 나라 르완다. 이 나라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실외 풍경


*이 모습 어때요~!


박물관 투어를 끝내고 주변을 돌고 있는데 막 공연을 끝내고 마무리 작업을 하는 전통춤 공연팀을 만났다. 시간이 맞지 않아 그들이 하는 공연은 보지 못했지만 아쉬움을 남기며 남편이 이렇게라도 한 컷 찍는다. 그들이 입혀 주는 대로 걸쳐주는 대로 찰칵~!!! 생각보다 너무 멋진 사진이다. 굵직굵직한 윤곽이 지금 추장을 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찰떡처럼 잘 어울린다. 저 넉넉한 웃음에서 후예의 추장 같은 특별한 기세가 느껴지지 않는가!^^


후예의 추장이 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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