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노이에 온 이유

친구따라 강남에서 하노이간다

by heyokeum

난 왜 하노이에 갔을까

친구가 물었다.
“큰아이 입시 치르느라 고생했잖아. 이제 너 하고 싶은 거 없어? 별일 없으면 나한테 놀러 와. 푹 쉬면서 마사지도 받고, 골프도 치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쉬어.”

그 말이 내 마음에 파고들었고 그렇게 나의 안식년은 시작되었다.

오십이 되던 해,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나는 누구일까.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하고 싶고, 또 무엇을 찾아야 할까. 답을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질문만큼은 나 자신에게 정직하게 던지고 싶었다.

혼자 있는 것, 그리고 비행기를 타는 것.
이 두 가지는 내 인생에서 늘 두려움의 목록에 올라 와 있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못하는 그것이었다. 그런데 안식년을 핑계 삼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상황 앞에 서자 마음은 출발하기 전부터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표를 끊는 것, 길을 찾는 것, 낯선 도시에서 살아내는 것. 이런 소소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아무 일도 아닌데, 내게는 감히 큰 모험처럼 느껴졌다. 오십 해를 살아오면서 아이들 곁에, 가족 곁에,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였던 나는 ‘혼자’라는 단어가 낯설고 무거웠다.

출발하기 며칠전부터 나의 정신과 몸은 한없이 예민해졌다. 불안하고, 두렵고, 우울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듯 감정은 치솟았다 내려앉았다. 마치 갱년기의 파도가 내 삶 전체를 휩쓸어 가듯, 나를 조울증 같은 진폭속에 몰아넣었다.

그런데도 나는 결국 길을 나섰다.
비행기 창밖으로 스며드는 석양빛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오십 살 금쪽이, 너는 이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솔직한 용기의 시간이라는 것. 도피 같았던 안식년은 어쩌면, 내 안의 작은 금쪽이를 만나러 가는 가장 진솔한 여행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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