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24시간, 공평하게 흘러가는 시간.
그런데 나는 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었을까. 늘 문제를 인지하고, 뭔가를 하고는 있었지만 두드러진 성과나 성장 없이 상황은 제자리였다. 왜일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와 주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있다.
“하는 건 없는데, 쓸데없이 너무 바빠.”
그때는 빠지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모임과 만남들, 아이들을 챙기느라 잘게 쪼개진 시간들. 그렇게 흘러간 나의 시간은 그저 이상한 보상심리처럼 잠깐의 도파민 충족으로 만족하며 편하게 흘려보냈다.
돌이켜보니 나는 늘 바쁘게 움직였지만 정작 중요한 일로 하루를 채우지 못했고 긴급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 매달리며 나를 소모했고, 다른 사람의 문제까지 마치 내 일처럼 끌어안으며 지쳐갔다. 목표 없이 분주하기만 했던 날들은 결국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고, 아이들을 잘 키운 것 말고는 나 자신을 위해 이룬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으로 남게 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멈춰야 했다.
내가 왜 이렇게 허무하고 고통스러운지, 왜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졌는지, 왜 내 시간이 공허하게 흘러만 갔는지 직면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하노이였다.
낯선 도시, 새로운 환경에서 나는 나와 거리를 두고 싶었다. 한국에서 쌓아온 ‘해야만 하는 일들’의 굴레와 반복된 시간낭비에서 벗어나 오롯이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었다.
하노이에서의 안식년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다시 시간을 배우고, 다시 나를 세우는 훈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