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살 금쪽이, 내 안의 금쪽이를 만나러 가는 길
나는 도피 안식년을 떠났다.
처음에는 그럴듯한 이유를 여럿 붙였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20년이 걸린다잖아. 큰아이 잘 키워놨으니, 이제는 나에게도 안식년쯤은 줘야지.”
“일하는 사람만 안식년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 한국에서 아이를 키운 엄마야말로 반드시 안식년이 필요해.”
남들에게 내뱉은 말들은 사실 나를 설득하기 위한 주문 같았다.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나는 여전히 이유를 찾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음은 허무하고 고통스러웠다.
삶의 결핍들이 나를 옥죄고, 자존감은 바닥으로 내던져졌다.
즐겁고 행복한 건 하나도 없었고, 무기력한 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되풀이되던 공허함은 나를 점점 더 갉아먹었다.
아이들을 돌보며 소진되어 버린 나를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고,
이대로는 나 자신을 미워하다가 결국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다.
삶의 시간이 안겨주는 패배감은 나를 더 이상 귀하게 여기지 않았고,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감각은 견딜 수 없이 날카로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곳과 이 시간, 이 환경에서 나를 분리해내야 한다고.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그렇게 해서 내가 도착한 곳.
베트남, 하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