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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만 Jul 04. 2024

제주는 잘못이 없지

좋지 않음을 좋은 걸로 덮기, 한 번으로 안되면 계속하기

한때 대구가 친정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북성로에서 활동하던 도시기록자들과의 만남이 잦은 때였다. 전주살이가 힘들 땐 '여차하면 대구에 가서 콩나물국밥집을 해야겠어'라는 마음도 품었더랬다.

그 후 두 번의 대선을 치르고 우리나라 지도가 양대 진영의 색으로 입혀졌을 때 '아, 내가 애정하는 그분들은 대구에서 참으로 외로운 사람들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면 레이더망에 아군의 지원물자가 탐지된 것처럼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차오르는 기쁨을 느낀다. ENFP가 그렇다더라. 그만큼 주변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족속들이라 그런가 내 맘 알아주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첫 만남에도 금세 가까워진다.

대구의 그분들이 그랬다. 그래서 금방 풍덩!


제주는 2022년 이전까지 에너지 충전소였다. 제주에 가면 '오! 삼성혈!(내 성이 "고(제주)") 이러면서 기운이 차올랐다. 육지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선 그야말로 의기양양! 제주에 가면 만날 사람들도 있었고 마음을 나눌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2022년 입퇴사 해프닝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 보였다. 그 이후로 2년 동안 제주에 가지 않았고 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제주를 끝으로 인연을 끊었던 사람에 관한 꿈을 꾸고 새벽에 깨어 마음이 내내 가라앉는 기분이다. 왜 그런 꿈을 꾼 걸까.

이제 그만 안 좋았던 기억에서 벗어나라는 뜻일까? 다시 그 사람을 만나도 괜찮다는 뜻일까? 그저 내 안의 아쉬움을 반영하는 것이었을까.


잠깐의 제주살이에서 느꼈던 환멸, 실은 반 이상이 나를 향한 것이었음을 고백한다.

나 자신을 나와 맞지 않은 환경에 데려다 놓은 것에 관한 우둔함, 무턱대고 사람을 믿었던 나의 오만함, 상식적이지 않은 상대의 태도에도 나의 잘못을 먼저 찾으려 했던 나약함, 믿었던 사람에게 발등 찍히고 뒤통수 까여도 끝까지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무능함과 안일함까지...

그런데 또 이러한 자책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왜 꼭 이렇게 자아성찰을 버겁게 할까... 자아성찰이 자책으로 흘러선 안된다!)

제주를 생각하면 그 당시의 내 모습이 떠오르고 아직까지도 자책과 원망의 마음이 남아있음을 확인해야 해서 의식적으로 차단했다. 제주라는 곳을, 그곳에서의 기억을.


경험은 기억으로 남고, 그 기억으로 지역을 느낀다.

제주에서 분명 좋은 사람들도 만났는데, 안 좋은 기억이 그들까지 삼켜버렸다. 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을 포기해서 생겨난 일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극복하면서 다시금 '나의 제주'를 만들라고 꿈까지 꾸었나... 좋은 기억들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해 주는 것이었나...

이런 생각으로 또 긍정의 아침을 시작하련다.

뭐니 뭐니 해도 기억은 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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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렇게 쓰고 나니 생각보다 제주가 그렇게 괴로운 곳은 아니었네!

나 혼자 여태까지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지금까지 피해자처럼 웅크리고 있었던 거야?

세상에! 맙소사!

네가 아무리 그래도 제주는 그대로인데? 한라산 언제 갈 거야? 아이들과 제주 바다에서 한달살이도 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제주에서 걸었던 길과 그 바다 색깔을 잊을 수 있어?

그런 걸 까맣게 잊고 최근의 네 기억에만 갇혀 있었구나. 참으로 어리석도다!!!

올해 제주에 가서 과거의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덮어버렷!!!

(꿈 해몽을 하는 부채도사 같구려~ㅎㅎ)


글을 쓰기 전엔 분명 마음이 가라앉아 찜찜했었는데, 글을 쓰고 나니 참... 이건 뭐 별거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벌써 제주에 비행기 타고 갔네 갔어!

올해엔 제주에 가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고...

역시 글쓰기는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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