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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11. 2024

8살 아들에게 취미가 생겼다.

이제 엄마도 같이 하자.

남서향에 살면서 채광이 좋은 건 정말 마음에 든다.

하지만 여름과 겨울엔 해가 반대로 쬐어주는 탓에 거실 한편에 있던 식물들을 반대편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게 아쉽다.

다시 반대편으로 옮길까 하다가 어차피 옮기는 거 작은 방도 정리를 하려고 마음먹고 일을 벌였다.

아직은 정리가 안되어 난장판인 가운데 가구들도 옮기느라 정신없었다.

 와중에 아들 녀석이 요가 매트를 발견하고는 거실로 갖고 나간다.








거운 가구들도 옮겨야 하고 위험하니까 TV라도 보고 있으라고 했더니 쳐다도 안 본다.

애기 때부터 TV에 큰 관심이 없던 아들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날은 좀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작은 방에서 아들의 장난감, 책, 보드게임 등 드러내고 가구를 옮기다가 조용하고 차분하기까지 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들 녀석의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크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방 문 앞에 있던 신랑이 웃음이 터지더니 나가보라는 손짓을 한다.








핸드폰을 사주긴 했지만 평소에 같이 등하교를 하기에 전화도 할 일이 거의 없거니와 게임도 하지 않는 녀석이다.

아들이 검색이라는 걸 할 수 있는지 이제야 알았다.

발견한 요가 매트를 깔고 스스로 요가 영상을 검색, 찾아서 따라 하고 있었던 것, 심지어 등산할 때 하라고 사 준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야무지게 따라 하고 있었다.

8살,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 아이들과 다른 것 같다.

공부도 잔소리가 필요 없다.

본인이 필요하다 싶거나 하고 싶을 때 한다.

TV 보라고 해도 안 본다.

생각해 보니 애기 때부터 그 흔한 뽀로로 영상도 잘 안 봐줘서 내가 온몸으로 놀아줘야만 했다.








어딘지 모르게 다른듯한 아들 녀석을 보면 신기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물론 기특한 구석도 많고 평범해 보일 때도 많다.

하지만 주변 엄마들이나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면 우리 아들 녀석이 남다르긴 남다르다.

굉장히 엉뚱한 녀석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가도 뿌듯한 미소를 짓게 하는 순간도 분명 있긴 있다.

오늘 아침, 비빔밥을 먹이려고 어린잎 채소를 씻어 채반에 받쳐두고 계란 프라이를 하다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와 돌아본 순간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또다시 시작된 요가다.

생각보다 진지하게 따라 하는 모습을 조용히 영상으로 담았다.

나는 아들이 없었다면 정말 심심하게 살았을 것이 분명하다.

새로 생긴 취미로 요가라, 참 건전하고 건강하고 기특하다.








"아침에 요가하니까 몸이 더 개운하네요~!"

아들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가 찬다.

"그래서 앞으로 계속할 셈이야 아들?"

"그럼요 매일 할 거예요^^ 요가도 운동이잖아요~!"

나는 결혼 전 해본 요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요가라는 걸 안다는 것도 신기하게만 느껴져 아들이 낯설었다.

한 번 꽂히면 무조건 질릴 때까지 한다.

요가 매트는 당분간 치우지 않기로 약속을 받아낸 아들이다.

나는 우리 8살 아들 녀석의 행동들이 늘 새롭다.

신선하다.

그래서 즐겁다.

이참에 아들과 나란히 아침마다 요가를 즐겨봐야겠다.

정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가 맞다.

언제나 웃게 해주는 엉뚱 발랄, 사고뭉치, 개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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