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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13. 2024

담배 소동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만드는 과제

등교시키고 집으로 곧장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마자 담배 냄새가 진동한다.

신랑도 담배를 안 태우는데 무슨 일인가,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화장실부터 확인하고 열린 창문이 있는지 확인하며 방으로, 거실로 지나가면서 냄새는 사라진다.

이상하다.

거꾸로 안방부터 거실, 작은 방, 화장실 등 다가갔다.

이사 오고 위층의 층간소음, 아래층의 흡연으로 인해 한동안 힘들고 예민했던 터라 눈살이 찌푸려졌다.

"잡히기만 해 봐라.."

속으로 생각만 가득 찼다.






주방으로 들어서면서 아침부터 식재료들을 잔뜩 꺼내놓고 나갔다 온 게 생각나 정리할 정리해 가며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파, 마늘부터 씻고 다듬고 썰고 다지고, 콩나물부터 데쳐 무침도 하고 고사리나물도 볶아내고, 오랜만에 콩자반도 만들면서 내친김에 계란말이도 했다.

계란말이를 하다가 칼칼한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 졌다.

잘 익은 묵은지 꺼내서 냄비에 덜어내고 보니 고기가 없다.

아쉽지만 참치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돌렸더니 주방 작은 창으로 무언가 보인다.

"맞다. 오늘 수요일이다!" 아파트 알뜰시장이 열리는 날, 바로 눈앞에 돈가스가 보인다.

환기시킬 겸 창문을 활짝 열었다.

돈가스와 김치를 번갈아 보며 살짝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참치김치찌개? 돈가스 김치나베?

그래, 오늘은 평소에 잘 안 먹던 걸로 하자 싶어 1층으로 내려가 돈가스를 사 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또다시 담배 냄새가 진동한다.

이상하지, 비염이 심해서 냄새를 잘 못 맡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가 싶었다.

묘하게 반찬 냄새와 김치찌개 냄새도 나면서 담배 냄새까지 나는 것 같아 창문이란 창문을 다 활짝 열었다.

설거지를 하고 만든 반찬은 냉장고 속으로, 가스레인지와 주방 조리대 등 깔끔하게 치운 뒤에야 보이는 음식물 쓰레기통, 좀 더 채울까, 그냥 지금 가져다 버릴까? 또다시 시작된 고민이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움직이는 날이다.

갖다 버리려고 챙겨 현관 앞으로,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자꾸만 스멀스멀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지만 아침부터 반찬도 만들고 김치찌개도 끓였으니 환기부터 시키고 생각하자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올라왔다.

역시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담배 냄새가 진동을 한다.

화장실도 방도 돌아다니며 냄새를 쫓았다가 찜찜해서 창문들을 다시 닫았다.

순간 스치고 지나간 기억, 아차! 놓친 게 있었다.






다시 현관 앞으로 나갔다가 담배 냄새의 원인을 알아차리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피식 흘러나왔다.

어제도, 그저께도 아이와 함께 열심히 쓰레기를 주운 탓이다.

유독 많았던 담배꽁초들, 아직 다 채우지 않은 쓰레기봉투, 오늘도 할 생각이라 현관 앞에 두었던 쓰레기봉투였다.

또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담배꽁초는 줍지 말어? 아님 나갈 때마다 일회용 봉투를 따로 챙겨? 그건 환경오염이 아니야? 생각이 많아졌다.

어제로 반 이상이 채워진 쓰레기봉투, 굳이 학교 앞까지 20분 거리를 또 질질 끌고 가져갈 생각도 엄두가 안 난다.

서랍을 뒤적거리다 보니 한 번 쓰고 난 봉투들은 많다.

그래, 오늘은 어쩔 수 없다.

봉투라도 재사용하기로 결론 낸다.

오늘까지 주워 온 쓰레기를 잘 묶어 버리겠다고, 오늘만큼은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콧등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앞으로 담배 냄새에 대해, 쓰레기 줍기에 대해 아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해야겠다.






좋은 일 하려다 집안에 담배 냄새로 가득 채워지는 상상을 해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쉬운 일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쓰레기 줍기, 환경오염 생각했다가 우리 집이 오염되겠다.

얼른 검색 찬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봐야겠다.

플로깅, 줍깅, 쓰담 걷기 등등 여러 가지 말이 있지만 어쨌든 환경을 생각하며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아들이 오늘도 하교하고 쓰레기 줍자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아들도 새삼 기특하고 뿌듯하다.

하지만 집안 환경도 생각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원래부터 쉽지 않았던 것을 쉽게 생각했던 결과다.

방법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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