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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13. 2024

저질체력이 원하는 달콤한 커피

아들아 미안하게 됐다.

오전부터 열심히 움직인 탓에 탈이 났다.

사실 오전 몇 시간 움직였다고 탈이 났다기 보단 오늘만큼은 체력적으로 안 따라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눈이 피로하더니 온몸이 추워져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한 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났는데 눈만 감았다 뜬 느낌에 더 힘들어졌다.

아이 하교시간에 맞춰 나가야 하는데, 쓰레기 줍는 집게도 챙겨야 하는데 오늘은 도저히 피곤해서 안 되겠다.

빈 손으로 핸드폰만 챙겨 나왔다가 교문 앞에서 하교하는 아들에게 혼났다.

집게를 안 챙겨 나왔다고 혼내는 아들, 미안하지만 환경오염보다 엄마먼저 살아야겠다.








집보다 밖이 훨씬 따듯하게 느껴진다.

아들 영어 학원 보내놓고 한 시간 여유 시간으로 동네 카페를 찾았다.

급하게 커피 수혈이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왔으나 희한하다.

원래 자주 마시고 항상 찾던 아메리카노가 아닌 커피의 카페인도 필요하지만 달콤한 아이스크림도 필요했다.

마침 아이스크림라테가 눈에 띄었다.

주문하고 앉아서 한 모금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살겠다.

평소 따듯한 커피를 마시지만 오늘은 아이스다.

정신이 번뜩하다.








칼로리가 필요했던 걸까?

아이스크림라테 한 잔으로 에너지가 생긴다.

아들 녀석에게 하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잔소리를 들을 생각하면 피곤하지만 컨디션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다.

그래, 엄마인 나 자신이 체력이 좋아야 아들과 더 보람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속으로 무한 긍정의 다짐을 하며 남은 커피를 맛있게 즐긴다.

생각해 보면 요즘 항상 찾던 메뉴 외에 다른 메뉴를 찾는 시도를 해본다.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필요했구나 싶은 순간도 있다.

모든 순간, 나 스스로 몸에서 찾는 변화를 느끼고 있다.








단순히 체질이 바뀌려는지, 40대에 들어섰다고 나이 탓이라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는 없다.

식성만 바뀌는 것도 아니다.

새로움을 시도하는 자세도 바뀌게 된다.

늘 하던 대로가 아니면 스트레스가 컸던 내가 무던히 넘어가는 경우도 생긴다.

예민하고 까탈스러웠던 부분들이 고쳐지는 느낌이다.

손 안 대고 코푸는 격인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내가 좋다.

체력 관리만 잘하면 재밌는 게 일상이다.

매일 아들 걱정만 하던 내가 내 몸 걱정도 하는 순간이 오다니, 괜스레 아들에게 미안하지만 나에게 좋은 변화다.

아들아, 엄마가 편해야 네가 편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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