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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Dec 04. 2024

뜬금없이 우정 팔찌

예상치 못 한 선물

"혹시 1층으로 잠깐 내려올 수 있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언니에게 뜬금없이 카톡이 왔다.

잠깐의 수다타임인가 싶었다.

오랜만에 만나기도 하고, 어제는 쿠키도 구웠으니 맛보라고 몇 개 집어 들고 내려갔다.

"짠~! 선물~! 우정 팔찌야~~~^^"

"옴뫄?! 우정 팔찌.. 요?"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나눠 가졌던 기억은 있지만 40대에 우정 팔찌라, 뜬금없지만 내 생각을 하며 샀다는 말에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을까?

"대박, 생각도 못한 선물이다. 포장부터 예뻐서 못 뜯겠는데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해~! 예뻐서 너한테도 어울릴 것 같아서 두 개 샀는데 색깔만 골라봐~!"

"오호~ 바닐라로 할게요^^"

"그래, 그럼 언니는 핑크로 할게~ 우리 좋은 관계로 지내자는 의미야, 부담은 갖지 마. 비싼 것도 아니고 마음~^^"








중학생 때 친구들과 우정일기장을 교환하며 알록달록 예쁘게 꾸미고 정성스럽게 예쁜 말로 마음을 가득 담아낸 기억이 떠오른다.

고등학생 때는 한창 스티커 사진이 인기였던 그 시절, 친구들과 학교만 끝났다 하면 스티커 사진, PC방에서 하두리 사진만 찍어도 마냥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간다면 기념품샵에 들려 우정 반지나 목걸이, 목도리, 머리띠 등 나누며 세상 다 가진 듯한 행복으로 웃음꽃이 꺾이지 않았던 그때 그 추억을 선물로 준 것 같아서 고마웠다.

"언니, 나야말로 별거 아니지만 내가 구운 쿠키~ 어제 구웠어요~ 먹을만해요^^"

"어머~ 진짜? 잘 먹을게~ 손재주가 있었네~ 맛있겠다. 애들이 잘 먹겠네! 고마워^^"

이렇게 또 한 명의 그냥 친구에서 친한 친구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따듯하고 훈훈하다.








툭 치면 울 것 같은 여린 마음, 말도 예쁘게 해주는 언니, 보호본능이 뿜어져 나오는 언니가 주는 선물의 의미는 별게 아니었어도 나에겐 그 이상의 가치로 마음 전달은 충분했다.

미안하게도 나는 전혀 예상치 못 했기에 어제 구운 쿠키가 언니를 향한 마음의 선물은 아니었지만 줄 수 있는 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예상치 못 한 연락에, 예상치 못 한 선물로 인해 아침부터 힘이 난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재료를 끄집어내어 쿠키를 넉넉하게 더 구워본다.

전혀 힘들지도 귀찮지도 않다.

마음의 선물, 나도 내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재능으로 넉넉하게 만들어 여기저기 전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내가 모났다고 생각했고, 인복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에 대해 큰 기대가 없이 사는 요즘, 부쩍 좋은 사람들이 내 옆에 하나 둘 모인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만 늘 주는 게 많다고 생각할 때면 속상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받을 생각 없이 그저 주는 게 좋았던 나란 사람이기에 예상도 못한 선물이 큰 감동으로 다가오며 더 베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물질적인 선물 때문만은 아니다.

나를 생각해 주는 그 마음 자체가 나에겐 선물이다.

소녀감성이 뿜어져 나오는 언니를 보며 굳이 나이에 맞게 성숙하게만 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숙하려고 애쓰는 어린아이 같은 내게 밝고 맑은 웃음을 보여줌으로써 12월, 오늘은 어제보다 더 설레고 좋다.

기대도 없었던 오늘, 무심코 마음을 두드린 선물이 내 마음도 추억도 끄집어내기 좋은 날, 나에겐 따듯한 겨울의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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