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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Dec 07. 2024

친구의 마음, 고추장찌개

온전히 즐기지 못 한 아쉬움

매일 내가 차리는 밥상이 아닌, 누군가 차려주는 밥상 앞에 앉은 지 오랜만이다.

친구의 초대로 우리 식구, 총출동했다.

항상 우리 집으로 자주 놀러 왔고 내가 차려준 밥을 좋아했던 친구, 이번엔 내가 받아먹는 밥상이다.

칼칼하고 든든한 고추장찌개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지만 배불러서 나오는 한숨인지 갑갑한 마음에 새어 나오는 한숨인지 모르겠다.






곧장 집으로 돌아왔으나 허무하다.

TV 앞에 앉았다.

반쪽자리, 빈자리를 보고 있으니 비겁하고 비열한 사람들에게 신뢰는 사라졌다.

실망스럽다.

애초에 정상적인 사고가 되지 않았던 사람, 부끄러움은 결국 우리의 몫이 되었다.

이제 중립은 없다.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지, 현명한 판단은 무엇일지 모르겠으나 무시하는 그들의 태도가 최선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겠다.

적어도 이 상황까지 이르게 한 책임자는 정신이 번쩍 돌아오기를 바라며, 나는 지금 무엇에 대한 아쉬움인지, 누구에 대한 실망인지, 겉으로 드러나는 내 표정과 태도가 유감스럽다.






친구가 해 준 고추장찌개가 다시 생각난다.

가끔 하는 요리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던 친구, 스스로 맡은 일, 야무지게 책임감을 갖고 차려준 밥상이, 그 마음이 마냥 고맙다.

또한 무슨 일이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존중하는 마음이 새삼 커지는 날이다.

오늘로써 "팔은 안으로 굽는다."가 증명되는 것일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그 많은 시누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서 길을 잃었는지 모르겠다.

길을 잃은 시누이들이, 얄미운 이 시누이들이, 정상적인 사고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혹은 흔들리고 있을 누군가에게 존중하는 마음으로 응원한다.

조만간 청양고추 팍팍 썰어 넣고 더 칼칼하고 매운맛의 고추장찌개를 끓여야겠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쉬움에 마음만 바글바글 끓고 있는 나, 하루종일 시끌벅적한 마음, 약도 오르고 답답하게 달아오른 마음이 당최 식지 않는다.

궁금해하는 아들에게 바른 태도만 알려줘야 할 것인가, 비겁한 꼼수도 알려줘야 할 것인가.

몇 시간째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게 만든다.

어떤 결과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책임자들은 매운맛 좀 봤으면 좋겠다.

이 시간, 이 순간, 이 상황이 아쉬움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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