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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Dec 09. 2024

에라이, 돌덩이

불쾌한 공갈빵

겨울 최애 간식, 고구마를 오븐에 넣고 굽는 중에 묵직해 보이는 돌덩이 하나가 보인다.

친구가 사준 추억의 간식, 공갈빵이다.

사실 빵이라고 하기엔 바삭바삭한 과자, 누룽지 식감과 비슷하다.

어릴 때 받아 들고 좋아했다가 놓쳐서 부서지고, 속이 텅 비어있는 것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경험이 있다.

그 어린 나이에 무엇을 기대했던 것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부서져서 속상했는지, 혹은 비어 있어서 실망했던 것인지 울면서 많이 속상해했던 마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공갈빵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고사리 손으로 받아 들었던 공갈빵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쉽게 부서질 줄 알았던 공갈빵, 진짜 오랜만이다.

호기심에 지로 힘을 주며 꾹 눌러보지만 돌덩이 같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표면은 꼭 달덩이가 떠오른다.






맛보기 전부터 묵직해 보이는 돌덩이, 달덩이 녀석을 들었다 놨다 해보지만 가벼워도 참 가볍다.

다시 한번 엄지에 힘을 주며 꾹 눌러보니 구멍이 생긴다.

재미 삼아 구멍을 내었지만 지난주에 이어 떠들썩한 마음과 묘하게 어울린다.

텅 빈 공갈빵, 한 조각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어본다.

하필, 설탕도 계피맛도 나지 않는다.

다시 한 조각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는다.

누룽지와는 다르게 은근히 고소하고 달달하다.

멈출 수가 없다.

고구마는 20분이나 남았다.

슬쩍 커피 한 잔 내려온다.

잘근잘근, 잘근잘근, 잘근잘근, 나름의 효율성을 추구하며 부패 척결을 하듯 질서 있게 야금야금 뜯어먹었더니 어느새 반 쪽이 되었다.






경거망동, 잘근잘근 씹다 보니 뱃속을 점령당한 기분, 묘하게 불쾌하다.

다 구워진 군고구마가 냄새를 강력하게 풍기지만 더 이상 들어갈 배가 없다.

내가 감히 군고구마를 배신한 셈이다.

이럴 줄 알았나, 몰랐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 위기다. 굉장히 더부룩하다.

효과 빠른 위장약이 생각나지만 일단은 따듯한 커피 한 잔으로 달래 보는 뱃속이다.

당분간은 텅 빈 공갈빵, 이 돌덩이 녀석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

역시나, 밀가루, 설탕 발린 건 해롭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실은 공갈빵, 이 돌덩이는 애초에 박살내서 먹어야 제 맛이다.






설탕, 밀가루는 멀리 하고 싶었지만 결국 입으로 들어가는 녀석들은 왜 죄다 설탕이고 밀가루인지 모르겠다.

쳇, 그래도 괜찮다. 나의 최애 간식, 군고구마는 건재하다.

마음속 우선순위는 군고구마가 확실한 셈, 적당히 소화시키고 달달한 군고구마 한 입 먹어야겠다.

아는 맛인데 늘 기대가 되는 맛, 건강한 먹거리로 마음도 몸도 잘 챙겨야겠다.

아쉽다.

따끈따끈한 군고구마를 먹겠다는 의지로 구웠던 것인데, 당장 먹을 수 없다니..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소화를 촉구해 보지만 결국 소화 불량, 살만 뒤룩뒤룩 찔 것 같다.

어쨌든 먹음직, 믿음직한 촉촉하고 달달한 군고구마가 있으니 든든하다.

올 겨울은 진짜 든든하게 보내고 싶다.

결국엔 내가, 하기 나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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