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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Dec 18. 2024

오! 나의 수요일, 나의 알뜰시장!

진정한 야채곱창볶음

수요일마다 열리는 알뜰시장에서 유일하게 인기가 많은 건 곱창볶음이다.

보통 야채곱창볶음을 주문하지만 사장님의 상술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서비스 마인드인지 헷갈린다.

"사장님~ 야채곱창볶음 기본으로 주세요~^^"

"기본~! 순대 서비스 좀 드릴까?^^"

"네~ 주세요^^"

그렇게 세 번, 네 번을 포장해 왔다.

그냥 기쁘게, 단순하게, 맛있게 먹기만 했다.

어느 날이다.

야채곱창볶음에 순대가 점점 많아지는 느낌이다.

이상하다.

그렇다면, 이건 야채곱창볶음이 아니라 순대곱창볶음인데?






야채곱창볶음을 시키는 이유는 말 그대로다.

야채도 많이 먹고 싶고, 곱창도 많이 먹고 싶기 때문이다.

순대는 안 먹어도 되는지라 보통은 야채가 듬뿍 들어간 야채곱창볶음을 사는데 순대 서비스라.. 진짜 기본 사이즈에 순대를 잔뜩 서비스로 주시는 걸까? 아니면 슬쩍 순대곱창볶음으로 유도하는 사장님의 상술이었을까?






드디어 수요일이다.

"사장님 야채곱창볶음 기본이요~!^^"

"기본~! 순대 서비스 넣어드릴까?^^"

"아니요~^^; 야채랑 곱창 많이 주세요~^^"

"야채 많이, 곱창 많이~~!!^^"

휘리릭 볶아내어 포장해 주신 야채곱창볶음을 가지고 집으로 후다닥 들어왔다.

연말이라 바쁜 신랑덕에 저녁 준비 안 해도 되니까 일단 좋다.(연말 모임은 수요일로 잡기로 했다.)

"그래~ 이게 진짜 야채곱창볶음이지!"

야채도 많이 주셨고 곱창도 엄청 많이 주셨다.

문득 또 하나의 의문이 스친다.

그동안 사장님의 상술로 순대곱창볶음을 먹었던 것일까, 아니면 오늘도 야채랑 곱창 많이 달라는 요청에 서비스로 듬뿍 담아주신 걸까?






긴가민가, 의아하지만 사장님을 믿어보기로 하고, 아무렴 어때? 맛있게 잘만 먹으면 됐지!

분명 오늘 서비스로 야채도 곱창도 많이 주신걸 거야!

맛있게 먹고 있으니 당장의 의심은 거둔다.

캔맥주 하나 꺼내어 탁! 누가 보면 술 잘 마시는 줄 알겠으나 한 캔 겨우 마신다.

곱창볶음에 좋아하는 야채 잔뜩 들어갔으니 매운맛에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생각 안 나면 서운하지.

아들 녀석도 엄마 식성 그대로다.

뭔 8살이 곱창볶음을 이리 잘 먹는지..

결명자 차 한 잔 주고 엄마는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저녁도 간단히 해결했다.

혼술이지만 혼술 같지 않은 느낌이다.

어쨌든 혼술도 해보고 좋아하는 야채곱창볶음도 먹었으니 세상 다 가졌다.

적어도 수요일마다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 나름 만족스럽기도 하다.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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