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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Dec 22. 2024

아들에게 등 돌리고 자는 이유

엄마 아빠의 생존본능

아들 녀석의 잠버릇, 엄마와 아빠가 등 돌리고 자는 이유다.

어김없이 단잠을 깨우는 아들 녀석의 발 망치는 무시무시하다.

맞아본 적 없으면 모를 것이다.

신기하게도 늘 배를 가격한다.

체중도 적게 나갔을 아가아가한 모습일 때는 잠결에 자세를 바르게 고쳐주었지만 지금은 맞고 나면 불쾌지수부터 솟는다.

25kg의 제법 묵직해진 녀석의 다리만 겨우 들어 던질 뿐이다...

심지어 상체를 전부 방어할 수 있는 큰 쿠션을 올리고 그 위에 이불을 덮어 완전 무장한 채로 잠든 지도 이미 5년은 넘었다.






엄마 껌딱지일 땐 몰랐던 아들 녀석의 잠버릇을 알게 된 신랑, 어느 순간부터 자다가 고통을 호소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아빠와 노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렇게 아빠에 대한 애정도가 올라가며 이젠 잘 때도 아빠 곁으로 파고드는 횟수가 늘어난다.

신기하게도 나에겐 늘 배를 가격하는 아들 녀석이 아빠한테는 발망치를 배뿐만 아니라 얼굴, 눈을 그렇게 가격한단다.

역시, 아빠도 한두 번 당하지 않았으니 다리를 들어 올려 내팽개치고 등을 돌아 눕는다.

결국 아빠도 살기 위한 생존본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인 아들 녀석, 곤히 자는 모습에 이불만 슬쩍 던져 덮어주지만 열 많은 아들 녀석은 마구 차버린다.

진심, 따로 자고 싶은데 겁 많은 아들 녀석이다.






새벽이 늘 춥다.

아들 녀석의 생존본능인가, 엄마 아빠의 생존본능인가.

보일러를 틀기 무섭게 알아차린 아들 녀석의 몸은 후끈 달아올라 덥다며 선풍기를 틀어대는 탓에 엄마도 아빠도 이불을 돌돌 말아 각자 벽으로 돌아 누워 잔다.

아가아가하던 때는 엄마와 아빠가 붙어있기만 해도 가운데를 파고들면서 절대 붙어있지 못하게 했던 아들 녀석이었기에 이젠 따로 자는 것도 익숙해졌다.

감기가 걸려도 선풍기를 틀어야 하는 아들 녀석의 고집으로 깊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끈다. 

엄마 아빠는 벽 쪽에 간신히 돌아누워 자는 동안 아들 녀석은 넓어진 침대에 가로본능을 선보이고, 혹여나 발망치를 휘두를까 봐 또다시 벽으로 더 붙어 찌그러져 잠든 지도  년째인지..






새벽에 언제까지 덥겠나, 결국 겨울이다.

추워지면 어김없이 엄마의 품으로 파고든다.

아가아가할 때는 팔베개를 해주면 다리를 구부리는 아기 자세로 안겨서 잠들었다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무섭다.

팔베개를 해주기 무섭게 구부리는 아들 녀석의 다리, 잠결에 박자라도 못 맞추면 그대로 니킥이다.

작고 작았던 무릎이 이젠 무시무시한 무기가 된 것이다.

아들 녀석이 파고드는 시점엔 재빨리 상체 위에 올리고 자던 쿠션을 옆구리로 옮겨야 하는 생존본능을 이용해야만 살 수 있다.

아가아가할 때와 달리 이젠 머리도 무거워 팔베개를 오래 해주지도 못한다.

심지어 품으로 파고들며 안아줄 때는 아가아가한 냄새가 났다지만 이젠 제법 사람 좀 됐다고 입냄새도 어마어마하다.

결국 적당히 따듯해진 아들 녀석을 베개에 제대로 눕히고 다시 등 돌리고 잔다.

어쩔 수 없다.

나도 살아야 한다.

25년엔 새벽에 단 한 번도 안 깨고 푹 자고 싶다.

아들 녀석의 고약한 잠버릇도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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