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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Dec 28. 2024

호떡을 호떡호떡

망원시장 나들이

고기와 채소, 과일을 사러 망원시장을 찾았다.

우리 집 단골 시장이다.

가던 집으로 가다 보니 주차하고 시장을 들어서서 10분 만에 장보기가 가능한 지경까지 왔다.

고기만 따로 사고 채소와 과일은 같은 집을 이용하다 보니 후다닥이다.

좋은 상품 고를 필요가 없다.

다 똑같다.

오늘도 후다닥 집어 온 상품들은 안 봐도 비디오, 상태가 좋다.






화장실 다녀온 사이 아들과 신랑이 사라졌다.

전화가 온다.

달달한 게 먹고 싶었는데 마침 호떡집이 눈앞에 띄어 들어왔다는 말에 옳거니, 통했다.

두 남자를 찾으러 호떡집으로 향했다.

지하에 위치한 호떡집, 가게에 들어서서 보니 줄이 제법 길다.

어른들 사이에서 아들을 발견한 나는 호떡이 먹고 싶어서 헐레벌떡 뛰어왔다고 제스처를 취하며 싱거운 농담을 했더니 아들 녀석이 농담으로 되받아친다.

"호떡이 먹고 싶어서 호떡호떡 뛰어왔다고요?^^"

정말 많이 컸다.

주거니 받거니 농담을 할 때면 신기하고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아빠가 들고 온 호떡을 보고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였다.

아들 녀석의 입이 급하게 마중 나온다.

뜨거울 거란 생각을 못한 아들 녀석은 입에 닿자마자 깜짝 놀라면서도 호떡이 뜨겁다며 호떡호떡 불어 먹어야 한단다.

귀엽다고 웃어주니 같은 농담이 반복된다.

"엄마 호떡 샀으니 호떡호떡 나가요^^"

"어 그래~! 호떡호떡 잽싸게~!"

주차장으로 향하고 차에 짐을 싣고 보니 아들 녀석은 아직 뜨거운 호떡을 먹겠다고 호호 불어대는 모습이 귀엽다.

"아들아, 후딱 먹고 출발하자~!"

아빠가 슬쩍 건넨 말에 장난꾸러기 눈빛으로 받아치는 녀석이다.

"알겠어요 아빠, 호떡을 호떡 먹고 출발해요~!"






장 보는 시간보다 호떡집에서 대기하던 시간이 더 길었다.

달달한 간식, 겨울이라는 날씨에 어울리고 시장이라는 장소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호떡을 보니 반갑고 정겹다.

집 앞이었다면 매일같이 출석했을 시장이다.

여전히 칼국수집은 줄이 길고 애정하는 떡갈비 집도 여전히 바쁘다.

외국인들도 많이 모이는 망원시장 나들이는 오늘도 가성비 있게 잘 다녀왔다.

환경을 따져가며 아파트에 살고, 번화가를 찾아다니지만 가끔은 대형마트도 5일장도, 알뜰시장도 아닌 언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장들이 동네마다 자리 잡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는 날이다.

사람 구경, 상품 구경, 먹거리 구경의 재미도 쏠쏠하지만 평소 찾지 않는 호떡을 먹어보려고 시도하는 아들 녀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늘의 망원 시장 나들이는 일부러 호떡을 먹으러 찾아간 것 같지만 극히 일부, 순간이다.

아직까지 엄마 아빠를 졸졸 따라다니며 함께 찾는 시장이라지만 언젠가는 느긋하게 둘러볼 시장을 생각하면 아들과 함께하는 초스피드 장보기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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