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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이 Oct 31. 2023

왜 다 비슷한 디자인으로 만드는 건데요



서점에 놀러 가듯 자주 가는 사람들은 비슷한 경험이 있겠다. 이거 아직도 나오나? 하고 책을 들었는데, 내가 알던 책이 아닌 다른 책이었던 경험말이다. 지난해 유독 이런 경험을 많이 한 것 같다. 책 <불편한 편의점>이 나온 후에 비슷한 디자인의 책이 대여섯 권은 같은 평대 위에 올려져 있던 걸 봤다. 어떤 건 느낌만 유사한 정도, 또 어떤 것은 거의 같은 책인가 싶을 만큼 유사했다.


이 주제로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SNS 지인이 올린 글 때문이었다. 길지 않은 그의 글은 서점에 갔더니 비슷한 디자인의 책이 많더라며 하나 떴다고 아류 콘셉트가 이렇게나 증식할 줄 몰랐다는 내용이었다. 솔직하게 나도 한두 권 정도까지는 이게 정말 인기 있구나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을까?’라고 생각했었다.



분명 제목도, 지은이도, 출판사도 다르다


그런데 막상 내가 표지를 직접 디자인을 해보니까 유사 디자인으로 책을 만들 게 되는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책을 만들 때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느낌과 가장 유사한 책들을 찾아본다. 주제가 같지만 다른 느낌의 책부터 디자인적으로 유사한 느낌의 책까지 찾아서 정리한다. 내부적으로 ‘이런 느낌의 책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의도를 공유할 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작하려는 책과 동일한 카테고리와 전체 분야에서의 디자인 트렌드를 찾는다. 굳이 유행을 따를 필요까진 없지만 촌스럽게 디자인하는 건 또 피해야 하니까.


여전히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같은 분야 안에서 유사한 디자인으로 계속 책이 나오는 건 솔직히 ‘팔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해서라도 팔린다면…이라고 생각하는 게 정말 솔직한 마음이지 않을까.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표지는 어차피 비용을 들여서 제작하는 거니까. 비슷한 느낌으로 책을 만들어서라도 사람들이 내가 만든 책을 궁금해하고 구매해서 읽는다면…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디자인만 그런 것도 아니다. 책 제목도 마찬가지다. 전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큰 사랑을 받고 나서 유사한 제목의 책이 여럿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내 기억 속엔 없지만 아마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겠다. 만든 책이 잘 팔리는 것, 중요하다. 재능기부나 봉사를 위한 일이 아니니까. 아마 지금껏 책을 만들어온 모두가 해온 고민이겠다. 책의 핵심은 ‘내용'이니까 디자인쯤은 좀 유사하면 어떠냐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정말 그게 전부인 걸까.


만든 책이 서점에 유통되고 나서 어디쯤에 놓였는지 몇 군데 서점에 직접 확인하러 갔었다. 책을 찾으면서 문득 평대에 놓여있든, 서고에 꽂혀있든 ‘여깄 구나!’하고 한눈에 찾게 되길 바란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유사한 컬러, 유사한 디자인의 책들 사이에 놓여있지 않길 바라게 되더라. 물론 내 경우는 책의 이름을 알고, 어디에 있는지 안 상태로 책을 찾으러 간 것이라 일반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서점에 갔다가 눈이 가는 책을 집어서 ‘이거 읽어볼까?’하고 책을 집어드는 게 더 일반적일 테니까. 요즘은 그마저도 줄었지만.


다음 책의 표지가 확정되었지만 다시 새 표지 디자인을 하고 있다. 때문에 표지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지금 내가 가장 직면하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솔직히 아직은 뭐가 답인지 스스로 정리되지 않았다. 아니, 답이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정해진 공식이 없는 출판계에서 ‘팔리는' 좋은 책을 계속해서 만들기 위한 고민은 어쩌면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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