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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el Nov 10. 2022

일곱 살 아들에게 사랑받는 법


밥을 먹다가 5살 둘째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엄마는 힘들겠다.”

“응? 왜?”


“아들이 둘이나 있어서!”     

“뭐? 푸하하하~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어?”

“아니, 엄마 힘들 것 같아서.”


이제 겨우 5살인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신기하고 기특했다.      


“아니야~ 엄마 째끔 힘들고 엄청 많이 좋아!

“엄마는 지안이 이안이가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데!”          


사실...

마이 힘들다.


아들 둘 키우는데, 아니 아들이고 딸이고

사람을 길러내는데 어떻게 힘들지 않을 수가 있겠나.


게다가 점점 머리도 굵어지니

입히고 먹이고 씻기는 것 이외에

이젠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대해야 한다.

말 한마디도 생각하고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아...      


7살 지안이는 요새 부쩍 까칠하다.

같은 말도 팩! 하고 쏘아붙이기도 하고

본인이 잘못한 일을 지적해도

더 부드럽게 이야기 하라며

적반하장으로 되려 큰 소리다.     


지안이를 보고 있자면

자아가 꿈틀거리면서

커가고 있는 것이 보이는듯하다.

      

나도 사람이야!

존중하면서 나를 대하라고!

라고 말하는듯하다.      


그런 소리가 들리기에

최대한 맞추려 노력한다.   


며칠 전.        

아침부터 지안이가 심통이 단단히 났다.

아침 먹고 책 보고 놀다가 어린이집 갈 시간이

다되어서야 하기 싫은 양치를 하러

꾸역꾸역 화장실에 들어갔다.


평소에 잘하던 양치도 오늘은 생트집이다.      

"이안이도 엄마가 해줬으니까 나도 해줘"

"지안이도 5살 때는 엄마가 해줬어~"


"아이~ 치약이 안짜지잖아"

"천천히 한번 해봐 어제도 잘했잖아."      


온갖 심통을 부리고는 겨우

이 닦는 시늉을 하고 나온다.      


그리고는 나를 단단히 째려보며 옷을 입는다.

"지안아."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야?"

"왜 화가 났는지 알아야 엄마가 도와주지?"


"엄마는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만 하잖아!"

"그래?"


"어떤 말이 듣기 싫었는데? 치카하라는거?"

"아니!"

"그럼?"

"혼자 간다는 거!"


엄마는 시간 되면 나갈 거야~

치카안해도 옷 안 입었어도 나갈 거야~

했던 말이 듣기가 싫었단다.     


"그래?"

"지안이 그 말이 듣기 싫었어?"

"응!"


"그럼 엄마가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어떻게 말해야 지안이 마음이 괜찮을까? 알려줘"


"지안아~빨리해줘~"

"아! 그래?"


"지안아 빨리해줘~ 하면 듣기 싫지 않고 괜찮아?"

"응"


"오! 알았어. 엄마가 여기 적어놓을게 깜박하지 않게!"     

"(바로) 지안아~빨리해줘~"


지안이가 싱긋 웃는다.

바로 기분이 좋아진 지안이는

금세 웃는 낯으로 집을 나선다.     


"지안아 빨리해줘~" 

"뭘?"

"아~ 아니, 엄마 그냥 연습하는 거야~"

        

육아를 7년째 하고 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은 오르락내리락.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한 순간도.

이런 훈육이 지금 맞는 건가.

나의 태도는 최선인가.     


어느 날은 다 귀찮기도

어느 날은 덜컥 겁이나기도 한다.

아직도.

당연히.      


하지만 가끔 아이들이 힌트를 준다.

엄마 지금 잘하고 있다고. 잘 가고 있다고.

조금 더 힘내라고.      


그런 반짝이는 순간의 힘으로

또 한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울컥할 정도의 과분한 사랑을

내가 받아도 될까 싶을 정도의

무조건 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이 작은 아이들은 수시로

여과 없이 내게 쏟아부어준다.         


동생에게 사과편지를 쓰고 내친김에 엄마에게까지 편지를 썼다.

지안이가 엄마도 아침애 미안해

엄마는 맨날 나한태 잘해조

그래서 너모 조아서 말인대

나는 모해야 됄까?


내가 사랑해 엄마.

엄마를 사랑하는 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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