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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el Jan 05. 2023

그래, 거기서부터 너를 사랑해.

이제 막 세상을 향해 움트는

다섯 살과 일곱 살의 에너지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장난치고 싸우고 웃다가 울다가, 뛰다가 뒹굴다가,

입도 몸도 어느 하나 잠시도 쉼이 없다.      


일곱 살 지안이를 보고 있자면 진한 원색이 떠오른다.

물이 섞이지 않은 진한 원색의 포스터물감.

아주 진하고 쨍하다.

주장도 강하고 할 말도 많고, 팩하고 토라지기도 잘한다.      


나는 옅은 수채화 물감이나 은은한 파스텔 같은데,

수채화 물감에게 포스터 물감은 참으로 강하고 진하다.

엄마가 좋다고 자주 안기는데 그냥 안기면 될 것을

달려오거나 점프해서 날아든다.


마흔이 넘은 엄마는

아들의 이 넘치는 에너지가 종종 버겁다.

아니 마이 버겁다.       


가끔, 동생과 죽이 잘 맞아 싸우지 않고 놀거나

책이라도 본다고 궁둥이를 붙이고 있을 때면

예쁘다 못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아휴. 잘 때야 말해 뭐하랴.

아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다.

     

아이들이 다들 싸우면서 큰다고는 하지만

매일 되풀이되는 싸움에는 사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가 더 많다.


동생이 살짝이라도 신경을 건드리면

으르렁대는 사자처럼 이씨! 하는 지안이를 보면

순간 맘이 복잡해진다.


휴... 대체 뭐가 문제인거지? 뭐가 잘못된 거지?

 아이의 마음을 더 해아려 줘야 하나?

훈육을 잘못했나? 가만, 오은영 선생님은 뭐라 하셨지?  

머릿속이 자동으로 빠르게 돌아간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 나니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이 보인다.


사실,

처음부터 잘못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지안이는 그냥 지안이 자신의 색을 내고 있었다.

나는 이런 색깔이야! 하고

자신을 드러내며 잘 자라고 있는 중이다.


잘못되었다는 내 생각을 멈추고 나니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었다.      


지안아,

네에게는 네가 정답이다.

그래, 네가 그 색이라면, 거기서부터 너를 사랑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너의 색을 사랑해.      


판단하지 않음이 사랑이라고 한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받아들이는 것.

아무 평가도 판단의 마음도 들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한다.      


그동안 사랑한다고 무수히 말해왔지만

사랑의 의미를 정확히 몰랐던 것 같다.      


 너그러운 시선이 나에게도 온다.

옅은 색을 내는 나의 색도,

그래, 바로 거기서부터 나를 사랑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가 사랑해.     


지안아,

지안이 엄마야,

자꾸 까먹어서 미안해.     

있는 그대로의 나와 너를 사랑해.           


 




아침을 차리고 있는데 지안이가

식탁에 앉으며 툭 한마디를 뱉었다.     


“엄마,”

“응?”


“사람은 생긴 대로 사는 거야.”     

“........ 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와하하하)  

   

"뭐? 그게 무슨 말이야? "

"네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거야?"

네가 생각한 거야 아니면 어디서 들은 거야?      


그냥~ 내가생각한거야~ ”     


한 대 맞은 듯 멍한 나와

그걸 또 잘못 알아듣고 생긴새? 엄마 그거 무슨 새야? 하는 다섯 살과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는 일곱 살.     


그래 지안아,

생긴 대로, 우리 색깔 대로 살자.

엄마가 늘 미안하고 많이 고마워!     

     


근데...

너 일곱 살 맞지?

너 아까 잠깐 마흔일곱으로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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