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유신 Feb 07. 2023

조금 우울하면 어때?

상담심리학 공부

 우울함 때문에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상담의 목적은 우울함을 모두 없애는 거였다. 그러나 상담 횟수가 많아질수록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 같았다.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웠다.  그땐 자책하며 힘들었다. 그러나 심리학을 알아가며 그게 잘못된 기대라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상담을 받으면서 다시는 우울해지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기대가 오히려 더 큰 고통을 준 것이다.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처절하게 애를 쓰기 때문에 더 크 고통이 오게 된 거였다.


 고통, 우울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가 된다. 고통과 우울감을 견뎌내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정서적인 경험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정서적 경험과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나의 고통, 우울함과 친구가 되며 ‘고통스러우면 안 돼, 우울하면 안 돼’ 보다는 ‘내가 우울하구나, 우울할만하구나’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이론적으로 알게 되었지만, 막상 현실에 적용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자꾸 더 바라게 되고, 걱정하게 된다.

    

 나는 불필요한 걱정이 많다. 우울한 마음이 들면 ‘이러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구나, 내가 망가지겠구나’ 생각까지 가게 된다. 몸이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이러다 큰 병에 걸려 죽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한다.

 이런 생각을 현실적으로 바꾸는 연습을 하고 있다. ‘우울하다고 그게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 생각하거나 ‘몸이 좀 아팠던 경험 중 실제로 어떤 일까지 일어났었나?' 하고 확인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게 맞았다. 생각보다 큰 병은 아니었고,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니었다.


역설적이게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그 문제를 유지시키거나 증폭시키는 경우가 흔히 있다. 곤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더 큰 역경을 초래하는 이른바 진짜 문제인 것이다. _Nardone& Watziawick


 내가 해결책이라고 믿은 게 진짜 문제가 될 수 있는 거였다. 희한하게도 우울함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더 우울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거였다.

 나는 우울함을 너무 밀착시켜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일부에 자리 잡고 있어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

 한때는 우울함을 내게서 떨쳐내야 할 지저분하고 혐오스러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연습을 하고 있다.

 '좀 우울하면 어때? 좀 불안하면 어때? 좀 그러면 어때?'


작가의 이전글 제대로 슬퍼할 수 있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