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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신 Feb 05. 2023

제대로 슬퍼할 수 있었다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

  예전에 내가 사람들에게 우울함을 겪고 있다고 말하면, 안쓰럽게 여기며 위로를 했다.

  ‘마음을 크게 먹어라, 꿈을 가지면 된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우울함이 달아난다, 감사한 마음을 잃어서 그러니 작은 일에 감사해라’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이미 삐뚤어져 있던 마음은 스스로가 나쁜 생각을 해서 생긴 병으로 자책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포기하게 되면서 마음의 문을 더 굳게 닫게 됐다.

 사람들에게 우울하다고 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여겼다. 그걸 숨기니 내 마음은 더 깊은 슬픔에 잠기게 됐다. 마치 슬픔을 모으는 사람처럼 마음 한편에 계속 쌓아뒀다. 울면 주위 사람을 걱정시키는 거라 여겨 다른 생각들을 하며 참았다.

 수없이 억눌렀던 마음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 갑자기 화가 났다. 왜 화가 나는지도 모르고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나 다른 사람을 향해 분노했다.

 처음에 나는 마음이 아프다는 걸 몰랐고, 그걸 알았을 땐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동안 단 한 번을 펑펑 울어본 적이 없었다. 아프지만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고 누군가에게 정확히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픔이라는 감정은 그저 안개같이 눈앞을 가리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나는 슬픔을 참으면 사라지는 줄 알았지만 마음 한편에 차곡차곡 쌓여갔던 것이다.


 우는 것은 삶의 문제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진정하도록 도와줘 _영화, 인사이드 아웃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이런 나의 감정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사람의 감정엔 여러 가지가 있다.  아마 더 많겠지만 영화 속에는 슬픔이, 기쁨이, 버럭이, 소심이, 까칠이가 있다.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을 제어하는 건 주로 기쁨이었다. 슬픔이가 라일리를 움직이려 하면 기쁨이가 억지로 슬픔이를 막았다. 쌓여있던 슬픔은 다른 곳에서 폭발해 라일리는 집을 떠나는 반항을 하게 된다.

 

 한 때는 슬퍼하는 걸 두려워했지만, 이젠 아니다. 그땐 내가 슬퍼하면 마치 슬픈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슬픔 나의 감정 중 하나다. 내게서 떨쳐내야 할 나쁜 게 아니라, 당연히 오는 감정인 것이다. 나는 슬프면 슬퍼할 것이고 기쁘면 기뻐할 것이고 화가 나면 화를 낼 것이다.  제대로 감정을 느끼고 흘려보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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