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발가락이 다섯 개
"오남이" 단편동화... 1
by 손금나비 에세이스트 Aug 16. 2024
햄스터를 이 집에 데려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할머니 집에서 키우던 두 마리의 햄스터 중에 처음 키웠던 ‘태양이’를 데려왔다. ‘태양이’ 배가 볼록했는데 며칠 전에 새끼를 낳았다.
‘이름을 뭐라고 짓지?’
나는 케이지 안에 새끼들을 꼼꼼히 살폈다. 한 마리는 약해서 젖을 잘 물지 못했다.
‘너는 비비.’
‘비비’를 밟고 열심히 ‘태양이’의 젖을 물고 있는 새끼 햄스터는 ‘꾸리’. 젖을 빨면서 꿀떡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꾸리’는 잘도 빨았다. ‘꾸리’는 다른 새끼들보다 몸집이 조금 컸다. 연약한 ‘비비’는 엄마 젖을 찾다가 ‘꾸리’의 뒷발에 자주 차였다.
‘일부러 찬 건 아니겠지!’
나는 ‘꾸리’ 뒷발에 차여 젖을 빨지 못하는 ‘비비’를 어미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히 잡아서 젖 가까이에 놓아줬다. 어미 옆에 꼭 붙어서 '비비'가 다시 젖을 빨았다. 어미는 자는 것처럼 누워 있고, ‘꾸리’의 반대쪽에 있는 새끼는 꼬리를 꼼지락거렸다.
‘꼬리가 귀엽네! 너는 리리.’
‘리리’ 밑에서 젖을 빨고 있는 새끼 햄스터는 발에 차여도 꿈쩍도 안 하고 젖을 빨았다. 나는 이 새끼 햄스터에 눈길이 갔다. 움켜쥔 발가락을 세어봤다. 몇 번을 다시 세었다.
‘앞발가락이 다섯 개!’
‘태양이’는 신경이 쓰이는지 새끼를 물고 나를 피해서 코코넛 껍질 속으로 한 마리씩 새끼를 데려갔다.
다음 날, 네 마리의 새끼 중에 두 마리가 없어졌다. 어미 햄스터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약한 새끼는 잡아먹는다고 햄스터를 키워본 친구가 말해준 적이 있다. ‘꾸리’의 뒷발에 차여 어미에게서 떨어진 ‘비비’를 만지는 게 아니었는데, ‘비비’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리리’는 왜 사라진 걸까? 앞발가락이 다섯 개인 새끼는 있는데, ‘리리’가 없다니!
‘앞발가락을 어미가 볼까 봐 숨긴 걸까? 아니면 튼튼해서 살아남은 걸까?’
나는 발가락이 다른 새끼 햄스터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태양이’도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
할머니 집 근처에 가끔 번개 장이 서는데, 거기서 귀여운 ‘태양이’를 처음 봤다. 누가 데리고 갈까 봐 할머니께 졸라서 내가 처음으로 키우게 된 햄스터. 새끼 ‘태양이’를 키우다가 할머니가 외로울 거라며 마트 동물 코너에서 햄스터 한 마리를 사 왔다. 둘을 하루, 아니 잠깐이라도 한 케이지에 두는 게 아니었다. 서로 싫어서 싸우는 줄 알았는데, "태양이"가 임신을 했던 거고 이 집에서 새끼를 낳았다.
‘아줌마에게 눈치 보이게.’
내가 학교에 갈 때마다 아줌마에게 햄스터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게 싫었다. 석이가 만지지 않게 얘기해야 하는 것도. 석이는 나와는 일곱 살 차이 나는 친동생이지만 친동생 같지 않다. 석이는 아빠와 떨어진 적이 없고,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줄곧 할머니와 살았다. 그런데 아빠가 갑자기 이 집에 나를 데려왔다. 나는 오기 싫다고 했는데…. 이 집에 오기 전에 몇 번 아줌마와 만난 적은 있다. 아빠와 같이 와서 밥을 먹기도 하고, 아줌마가 백화점에서 내 옷을 사주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아줌마를 ‘엄마’라고 부르게 했다.
나는 아줌마를 엄마라고 부르기 싫었다. ‘엄’ 자가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내 마음속 엄마는 한 분. 바로 친엄마뿐이다!
‘이 새끼 햄스터를 뭐라고 이름 짓지? 좀 더 생각해 봐야지!’
나는 ‘오다리’라고 지으려고 했는데 오징어 간식이 생각나서 말았다. 더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