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독특한 어린이극(검은 상자를 들고 무대에 나타난 그가 커다랗고 투명한 눈물방울들을 꺼내 보여주었던 강한 인상이 남아)을 보고 모티브를 얻어 동화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눈물을 상자에 모으는 아저씨가 있다.’는 설정 외의 모든 것은 새롭게 썼다고. 이따금 떠올라 마음을 씻어주던 이미지(눈물들의 반짝임)에 감사한다. 예기치 않은 순간에 우리를 구하러 오는 눈물에 감사한다고.
‘눈물단지’로 불리던 아이(이름은 따로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특별함이 있는 아이가 됐는데, 보통의 사람들이 결코 예측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눈물을 흘린다는 것. 봄날 갓 돋아난 연두빛 잎사귀에 눈물 흘리는 아이 잠들 무렵 언덕 너머에서 흘러든 조용한 피리소리에도 하루 일에 지친 엄마가 의자에 앉아 쉬는 저력 무렵,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진 걸 보면서. 키우던 개가 열 시간 동안 진통을 하며 새끼를 낳는 걸본 뒤로 개들을 볼 때마다 ... 툭하면 감상에 젖어 우는 아이를 엄마는 걱정했다. 아버지는 화를 냈고, 학교에서는 외톨이였고.
검은 옷과 검은 모자를 깊이 눌러쓴 아저씨(눈물상자 아저씨) 어느 해 봄날, 마을에 찾아든 아저씨. ‘눈물단지’란 별명의 아이를 찾아온 것이다.(특별한 눈물을 가진 아이가 있다는 걸 알고) : 눈물을 흘려보지 못해 눈물을 사고팔게 된 사람.
검은 가방에 든 눈물상자 검은 상자의 묘사의 세심함.(상자를 열자 그것보다는 작지만 여전히 큰 검은 상자가 검은 비단에 싸여 있었다. 알 수 없는 글씨들이 은실로 새겨진 매듭이 그 상자를 단단히 묶고 있었다. 14p
파란 새벽의 새 아저씨 외투의 가슴께에서 나온 푸른 휘파람새. 눈물을 판 대가로 받은 길동무. 노래를 부르는데 들어보지 못한 새. 첫 번째 주인은 '파란 새벽의 새'라고 불렀다고.
여러 가지 눈물의 의미 아기 눈물, 양파 냄새에, 기쁨에 겨워.... 눈물의 색깔과 왜 흘렸는지의 이유가 나타남. 퍽 구하기 힘든 눈물 : 아주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뒤에, 아주 오래 울고 난 뒤에, 그 눈물까지 마르고도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처음으로 다시 흘리는 눈물. 아직도 가지지 못한 눈물 : 내가 찾고 있는 눈물은 순수한 눈물, 자기가 울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면서 흘리는, 특별한 이유가 없지만, 또한 이 세상의 모든 이유들로 인해 흘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물.
아저씨는 아이가 이런 눈물(아직도 가지지 못한 눈물)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기대했음, 툭하면 눈물을 흘리던 ‘눈물단지’가 기다려도 울지 못하자, 아저씨는 눈물을 사려는 사람이 있어 그곳에 가야 된다고 했는데, ‘파란 새벽의 새’가 ‘어서 이리 와.우리랑 같이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아 동행하게 된다. 눈물상자 아저씨에게서 눈물을 사려고 하는 할아버지댁에 가는 것이다. 눈물단지가 부모에게 말하고 떠나려고 하다가 만나지 않고 돌아선 부분이 있는데, 아이가 없는 저녁 식사 시간에 엄마와 아빠, 동생들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있는 장면을 창문 너머에서 보고 있는 아이는 자기 없이도 가족이 화목하다고 느끼는 소외감으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아저씨를 따라간다. 가족보다 아저씨를 택해서 따라갔다는 것에 좀 공감이 안 됐다. 그럴만한 근거가 있으면 좋겠다.
‘눈물상자 아저씨’와 돌아다니면서, 아이는 꿈에 ‘파란 새벽의 새’의 춤과 노래를 듣는 장면이 있고(복선), 새는 아저씨와 동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아이와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누며 위로받는 존재 같았다. 아저씨는 새의 춤과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할아버지의 그림자눈물샘이 터지는 시점에서 새는 그걸 보여준다.
아저씨가 세상을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의 사연을 듣고 ‘눈물단지’는 작은 일에도 눈물 흘리던 아이에서 그렇지 않은 성장된 아이의 모습이 된다. “아저씨가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만났던 사람들 얘기해 주세요.” 여러 일로 눈물을 흘렸던 사람들의 사연을 들은 아이는 몰래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들었고, 아저씨가 선물로 뿌려준 반짝이 가루 덕분에 그들이 기뻐했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아이가 웃음이 없었다는 걸 보면 가정에 사연이 있을 것 같다.) “다음날 아이는 자신이 퍽 오랜 시간을 살고, 퍽 많은 낯선 곳을 떠돌아다닌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아저씨를 통해 가정이나 주변환경에서 느끼지 못했던 희로애락을 느끼고 성장된 아이.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져도 눈물을 찔끔 흘리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대신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다고.
아저씨는 눈물을 사면 답례로 선물을 주는데. 어떤 가루를 줌. (“빨간 주머니 가루, 노란 주머니 가루...: 셀렘이 반짝이 가루, 웃음 반짝이 가루. 가끔, 눈물을 많이 가졌지만 기쁨이나 웃음은 가난하게 가진 사람에게 선물로 주는 거야.”): 재밌는 상상의 아이디어가 좋았다.
할아버지가 눈물을 사려고 한 까닭은 두 살 이후로 평생 눈물을 흘려보지 못했기 때문, 눈물을 사기 위해 전 재산을 내놓은 할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와 아내가 떠날 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던 할아버지의 사연이 나오는데, 나는 할아버지의 내면을 표현해 주는 묘사를 보고, 무슨 사연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아이들이 동화를 읽고 공감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서 성인동화인가? 아내가 바늘에 찔려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떠났다고 하는데, 그걸 어린이에게 바로 전달되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개인적으로 아버지 혹은 남자들의 모습을 생각하게 됐다. 눈물을 잘 흘리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울면 안 되는 이유?)
“아기였을 때 이후로 나는 평생 눈물을 흘려보지 못했단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가슴이 아프고 숨쉬기가 어려울뿐 눈물만은 나오지 않아.” “... 바늘에 찔려도 피 한방울 안 날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바늘에 찔리면 내 손가락은 뜨거운 피를 흘려. 이를 악물고, 머리를 벽에 찧고, 어둠을 향해 미친 듯이 고함치고 싶은 고통을 매 순간 느끼며 살아왔어. 하지만 계속해서 그런 말을 듣다보니 나마저도, 내가 정말 차가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정말 그럴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나보다 영혼이 뜨겁고, 나보다 생생하게 심장이 살아 있는 걸까.하지만 그건, 내가 직접 울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일 거야. 눈물이라는 게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지,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말이다....”(할아버지가 어떤 아픔으로 눈물도 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됐을까 궁금증이 생기고, 할아버지의 생각은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묘사라 좋은데(자신도 몰라서 답답한 마음.), 아내가 왜 남편을 차갑게 생각하는지, 떠난 이유에 대해서 글에서 나타내주면 좋았겠다.
할아버지는 눈물을 사서 먹고, 평생 흘릴 눈물(슬퍼도 흘리지 못했던 눈물)을 흘려보았지만(흘리고 난 후 기쁨의 눈물도 흘려봄,) 효과가 떨어지면 다시 눈물을 흘리지 못했는데(당신은, 당신이 산 눈물을 오늘 다 써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그림자도 눈물샘이 있는데 그 샘이 얼어있었던 것. 그것은 과거에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그걸 ‘눈물단지’가 찾아 건드려주니(그림자에 아이와 엄마모습을 찾아줌) 할아버지의 그림자 눈물샘이 깨어난 것. 눈물을 파는 아저씨도 사실은 할아버지처럼 눈물을 흘리고 싶어서 그 눈물을 찾아다녔던 것이라고. 무슨 사연이 있을까?
할아버지가 울고 난 뒤 느낀 점: 눈물의 의미(위로, 이해, 自己愛) “정말 이상하구나, 이런 기분은 평생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슬픈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기쁜 일들과 감사할 일들이 있었는지, 고통스러운 시간과 평화로운 시간들이 함께 했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깊이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건... 영혼을 물로 씻어낸 기분이구나. 그 모든 걸 겪어낸 내가 얼마나 강한 사람이었는지 이제 알겠어.” “당신이 말한 대로 눈물을 모조리 써버렸으니, 이제 더는 눈물을 흘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소. 하지만 오늘의 기억만으로도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소.”
그림자눈물샘에 대하여 눈물상자 아저씨는 고개를 젓더니 잠시 생각에 잠겨 할아버지에게 물어본다. “당신은 평생토록 눈시울이 뜨거워진 적도, 눈앞이 뿌예진 적도 없었습니까?”-> (그림자눈물샘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 이곳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거짓눈물을 흘리는 것이라고.) “없었소, 단 한 번도.” “그렇다면, 그림자눈물샘이 얼어붙었다는 건데.... 조금 전, 비록 당신의 몸에서 생긴 눈물은 아니었지만 그토록 많은 눈물을 흘렸으니, 덕분에 그림자눈물샘이 녹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저씨는 검은 가방의 안주머니를 뒤적이더니 검은 비단으로 꼭꼭 여며 싼 조그만 상자를 꺼냈다. 상자를 열자 다시 조그만 검은 주머니가 나왔다. 주머니를 열자, 칠흑같이 검은 눈물 한 방울이 반짝이고 있었다. “바로 이게 그림자눈물이란다.” ... 아저씨는 아이에게 집 안의 불을 모두 끄게 했다. 그러곤 그 조그만 검은 눈물을 높이 들어 올리게 했다. 아저씨는 손전등을 켜서, 그 빛이 검은 눈물을 통과하고 할아버지의 몸을 지나가 흰 벽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그림자의 눈물샘 보기 위한 것.) “그림자도 눈물을 흘린단다. 눈물의 입자가 너무 고와서 곧 공기 중으로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우리가 잘 모를 뿐이지. 이 눈물은 이렇게 꼭꼭 여며 싸서 가지고 다녀야 한단다. 햇빛 아래에서 펼치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아.” .... 어떤 사람은 눈으로 흘리는 눈물보다 그림자가 흘리는 눈물이 더 많단다. ‘울면 안 돼!’라는 말을 주위에서, 또는 자신에게서 많이 듣고 자란 사람들이지. 또, 우리가 눈시울이 찡해지거나 눈앞이 뿌예지기만 하고 눈물이 흐르지 않을 때가 있지. 그땐 그림자눈물만 흐르고 있는 거란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사람은 그림자는 전혀 울지 않는데 눈으로만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 그건 거짓 눈물이야. 어쨌든...... 이 그림자눈물을 들고 앞에서 이 손전등을 비추면, 그림자눈물 뒤에 선 사람의 그림자 안에서 그림자눈물샘이 드러나는 걸 볼 수 있는 거야.” P52. (이해하기 어려움, 검은 눈물이라고 했다가 그림자눈물이라고 했다가 좀 헷갈리는 것 같다. -> 수정이 필요한 내용인 것 같기도. 검은 눈물 뒤에 선 사람의 그림자 안에서 그림자눈물샘이.....
아이가 할아버지의 눈물샘을 찾는데, "저거 아닌가요? " 하얀 벽에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커다랗고 둥근 그림자로 드리워져 있었는데, 눈동자가 있을 자리에 손바닥만 한 두 개의 은빛 샘이 고여 있었다. 아이의 탄성에 놀란 할아버지도 뒤를 돌아보았다. 그림자가 움직이며 샘들도 조금 움직였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저씨는 손전등을 들지 않은 왼손을 뻗어 아이가 들고 있던 검은 눈물을 건네받았다. 파란 새벽의 새가 파닥파닥 날아와, 조그만 부리로 눈물을 물고 허공에서 날갯짓을 했다. 아이는 조심조심 벽으로 다가가 그림자눈물샘을 들여다봤다.(아이가 가지고 있던 검은 눈물을 아저씨에게 건넸고 아이가 그림자 가까이에 가서 들여다봄. 그림자눈물샘을 보기 위해선 두 사람이 필요한 거네요.)
그림자만 울고 할아버지는 울지 않고 있었다. 아이는 그림자눈물샘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았다. 오른쪽 눈물샘에 어려 있는 것은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의 얼굴.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고 빨며, 커다란 눈으로는 무엇인가를 뚫어지게 응시한 채 소리 없이 눈물을 흐리고 있는 아기. 아이는 자기가 바로 그런 눈물을 가진 아기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 모습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주인공 눈물단지가 그렇다는 것인데... 가정에 어떤 비밀이 있나? 재혼가정이라던가?) 왼쪽샘에는 젊은 여인, 아이가 두 살 때 돌아가신 엄마. 할아버지는 두 살 때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는데(머리로) ‘눈물단지’가 할아버지에게 말한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그림자는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나 봐요."
이 말에 할아버지는 그림자눈물샘에서 눈물이 흘렀고 눈에서도 눈물이 나왔다. 진짜 나오는 눈물인 거다. 아저씨가 말한다.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그림자눈물샘이 얼어붙었던 것 같습니다."("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라는 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돌아가시기 전 모습이라던가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림자에서 보인 모습은 두 살 때라고만 말했고 순간 같은데,둘 살 때라고 생각하면 그전부터 해서 두 살 까지란 의미가 있기에, 어떤 추억 속에서의 엄마를 기억하는 아기로 정해주면 좋겠다. 엄마의 모습에서 어떤 사물을 연결해서 젖을 물려주며 울고 있던 엄마 모습이라던가....)
‘눈물단지’와 ‘눈물상자 아저씨’가 그림자눈물샘에서(그림자의 은빛 눈: 형체를 상상력으로 작가가 만들어냄.) 자신의 두 살 때의 아기와 엄마 모습이 비쳐진 것만 얘기했는데, 할아버지가 기억이 나면서(아마 그리움이겠지만)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는 설정으로 글을 쓴 것 같다. 할아버지가 눈물이 나오지 못한 것이 두 살 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그런 것인데 왜 그렇게 까지 눈물이 멈추게 된 것인지 어떤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아빠가 ‘울지 마, 뚝!’이라던가 울면 먹고 있던 걸 빼앗는다거나 하는 장치가 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한강 작가가 쓴 이 동화는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 사람들의 내면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 잘 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눈물샘도 있지만 영혼의 그림자 눈물샘도 있다는 설정, 눈물을 결정으로 만들어 소중히 여기고 검은 가방의 검은 상자에 비단으로 덮어서 보관한다는 디테일함, 눈물의 결정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하는 눈물상자 아저씨에 대한 아이디어가 훌륭했다. 그리고 눈물에 색이 있고 눈물에는 다 이유가 있는데, 눈물의 의미를 얘기해 주며 이해를 넘어 어떤 고체의 모습으로 보여주고자 한 동화여서 작가의 노력들이 인상적이었다. 글을 쓰면서 내게 부족한 점을 동화를 통해 배울 수 있어 좋았다.
결말은, 할아버지의 가슴팍에 안겨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는 할아버지와 ‘눈물단지’인 아이. 할아버지는 평생 가슴에 쌓인 짓눌린 슬픔을 떠나보낼 수 있었고, 피리 부는 사람이 되고 싶은 소원을 얘기한다. ‘눈물단지’는 할아버지에게 연주를 부탁하고 애잔한 곡조의 아름다운 소리에 ‘눈물단지’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 곡조에 ‘파란 새벽의 새’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고, 아이의 눈물을 ‘눈물상자 아저씨’가 유리잔에 담아 간다.
아저씨는 아이가 흘린 눈물에 대해 얘기해 준다. "이것 봐, 네 눈물이야." "아름답지 않니?" 궁금했던 아이의 눈물 빛깔은 노랑도, 초록도, 분홍도, 파랑도 아니었다. 그 어떤 빛깔이라고도 할 수 없는 투명하고 미묘한 빛들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이 수많은 빛을 보렴, 이렇게 사랑이 가득한 눈물은 흔치않단다." "그럼, 아저씨가 찾고 있던 순수한 눈물은 아니지요?" 아이는 조금 실망하고, 많이 부끄러워져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다, 순수한 눈물이란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눈물을 말하는 게 아니야. 모든 뜨거움과 서늘함. 가장 눈부신 밝음과 가장 어두운 그늘까지 담길 때, 거기 진짜 빛이 어리는 거야." 아저씨는 가만히 팔을 뻗어 아이의 손을 잡았다. "오히려, 네 눈물에는 더 많은 빛깔이 필요한 것 같구나. 특히 강인함 말이야. 분노와 부끄러움, 더러움까지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그렇게 해서 눈물에 어린 빛깔들이 더욱 복잡해질 때, 한순간 네 눈물은 순수한 눈물이 될 거야. 여러 색깔의 물감을 섞으면 검은색 물감이 되지만, 여러 색깔의 빛을 섞으면 투명한 빛이 되는 것처럼." 아저씨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구나. 네가 단련될 시간이."
아저씨와 새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아이와 작별한다. 나는 이 ‘눈물상자 아저씨’가 어떤 존재인가 생각해 본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지고 눈물을 흘려본 사람을 찾는데, 찾기 어렵기 때문에 계속 눈물을 사고팔면서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눈물을 짓게 해주는 것 같다. 신적인 존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일 수도 있고 석가모니일 수도 있고.... 그보다 높은 하나님일수도.... 가장 아픔과 고통이 크기 때문에 울지 못하는 게 아닐까? ‘눈물상자 아저씨’와 같은 입장에서 울 수 있는 건 아이가 할아버지의 사연을 듣고 울어주었던 것처럼 ‘눈물상자 아저씨’의 사연을 듣고 위로해 주는 아이의 눈물과도 같은 게 아닐까.... 아저씨는 다시 온다고, 아이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가 더 성장해서 아저씨의 사연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하면 아저씨도 위로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이런 감수성을 일게 하는 한강의 동화는 그래서 의미가 있는 동화인 것 같다. 따뜻한 감성으로 이끌어주는 것 같다.
* 퍽 구하기 힘든 눈물은 - 할아버지의 눈물 * 아직도 가지지 못한 눈물, 순수한 눈물 - 눈물상자 아저씨의 눈물. 그러나 아직 아저씨는 눈물을 흘려보지 못했다고.... 그래서 눈물을 아직도 사고팔러 다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