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있잖아! 나, 당근마켓에서 목도리 팔았는데, 그쪽에서 받고 환불해 달래. 안 해주면 경찰서에 신고하겠데. 참 어이없는 거 알아?”
“왜?”
“환불 이유가 변심이야! 그래도 생각해서 환불해 주겠다고 했는데, 배송비를 달래!”
“변심이면 그쪽에서 내야지?”
“나, 엄청 열받거든. 그래서 불닭볶음면 먹을래!”
“너, 그렇게 의미 부쳐 먹을래! 밥은 먹고 먹어!”
막내는 제육볶음에 밥을 먹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부스럭’ 비닐 소리가 난다.
“참, 아이, 어이가 없어서. 스파게티 받아!”
“엥, 스파게티?”
“열받으니까, 스파게티가 나오네, 스트레스받아!”
“그래, 스파게티 나와서 웃으면 되겠다. 불닭볶음면 먹고 풀어, 그냥!”
막내는 면 그릇에 따뜻한 물을 부어갔다. 평소 2/3 소스를 넣어 비비던 면이, 오늘은 더 빨개졌다. 거의 짜 넣은 것 같다. 막내 코에 잔뜩 땀방울이 맺혔고, 입술은 고추기름같이 빨간 소스가 아랫입술 밖으로 번져있었다. 막내는 연신 기침하며 먹는다. 딸은 한 손엔 1리터 우유를 들고, 다른 손엔 붉은 젓가락이 들려있었다.
“이젠 스트레스 풀려?”
“쫌.”
“스파게티는?”
“왜 갑자기? 이제 불닭볶음면 잘 먹어!”
'잘 먹긴...'
막내는 매운 걸 잘 먹는다기보다 고통을 잘 참게 되었다. 마라탕을 참으니까, 불닭볶음면이 당기나 보다. 공부 스트레스, 친구 관계 스트레스, 오빠와 싸워도 스트레스. 불닭볶음면으로 풀려고 하는 걸 봐서는 중독임에 틀림없다. 이젠 막내의 불닭볶음면과의 전쟁이다!
어떻게 하면 덜 먹게 하지? 일주일에 한 번씩은 먹는 것 같은데. 막내가 '불닭'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요즘 밥맛을 잃었다. 밥을 남기고 툭하면 싱겁다고 반찬 투정이다. 기도할 일이다. 새로운 미션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