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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6시간전

지지 않는 마라탕

마약 라라 탕탕!

막내는 어제 못 먹은 마라탕에 미련을 못 버렸을 거다. 아마 온종일 머릿속으로는 마라탕을 먹고 있겠지.

엄마가 이기는 스토리는 막내가 원치 않는다. 최소한 비겨야 한다!

막내가 학교를 마치고 전화를 했다.

"엄마, 나 학원에 안 갈래!"

"아파서 못 가는 특별한 날도 아니잖아, 다녀와!"

"가기 싫다고!"

"학원 안 다니겠다고?"

"아니, 오늘 가기 싫다고..."

복장이 터졌다. 막내는 '툭' 하면 학교, 학원 가기 싫다는 돌림노래를 부른다. 막내 고3 때까지는 아마 놀림노래를 주야장천 들을 것 같다.


"작년에 너, 롱패딩 사줄 때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잖아! 학원도 잘 다니고."

"학원이 아니고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했지."

말 발이 안 선다. 막내는 상관이 딱히 없는 과거의 기억이나 지어서도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는데, 엄마가 "학원도..." 하면서 묻어가려는 말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아무튼 다녀와!"

나는 전화를 끊었다. 막내는 포기할 수 없나 보다. 문자를 계속 보냈다.


"오늘 가기 싫다고 한 거뿐임..."

"다시 말할게, 감기나 가 수 없는 일이 생길 때 가지 마!"

"마라탕 먹고 싶다!"

"오늘? 자주 그러잖아!"

"ㅁㄹㅌ!!!"

"마약 라라 탕이다!"

나는 딸이 "마라탕에 마약을 넣은 건 아닐까?"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서 "마약 라라 탕"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라라는 뭐임?"

"미치는 소리 ㅋㅋ"

"마라탕 사줘!"

아무래도 오늘 막내가 마라탕을 먹을 것 같은 불-길한 직감이 몰려왔다.


9시 39분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막내가 문자를 날렸다.


10시쯤에 학원에서 돌아온 막내는 어제 내가 실수했던 말을 잘도 기억해 내고는 말했다.

"막내야, 오늘 엄마가 맛있는 거 사놨어. 회랑 삼겹살! 된장에 쌈 싸 먹어 봐, 응?"

"싫어! 난, 마라탕이야. 엄마가 어제 주고 마라탕 먹으라며!"

책잡힌 나는 딸에게 내 핸드폰을 주고야 말았다.


"자, 핸드폰. 주문해! 엄마 통장에 만삼천 원 입금시키고!"   

 막내는 기어이 돈을 수혈해 가며 마라탕을 주문했다.

언니, 오빠가 한차례 먹고 남은 삼겹살을 다시 깨끗하게 담아서 막내가 게임하고 있는 상 위에다 사뿐히 놓았다. 나는 상추랑 쌈장도 놓고, 김치도 놓았다.

"안 먹어, 안 먹는데도!"

막내는 마라탕이 올 때까지 게임을 하며 배고픔을 달랬다. 10시 반이 넘은 시간이었다. 자기도 도저히 참겠는지 삼겹살 점을 집었다. 나는 못 본척했다. 막내는 삼겹살을 집어 눈치를 보더니, 입에 넣고는 씹었다.

"상추랑 싸 먹어!"

"맛있긴 맛있네."

막내가 세 번 젓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는 동안 배달 기사님이 동 현관 벨을 눌렀다. 막내는 젓가락으로 집은 삼겹살을 놓고, 엘리베이터로 배달 중인 마라탕보다 빠르게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두리번 거렸다.

"아직 안 왔어. 찬 바람 들어와, 얼른 문 닫아!"

딸은 급했다. 

마라탕은 곧 배달됐고, 막내는 상에 올린 마라탕을 핸드폰으로 찍고는 폭풍 흡입했다.

"엄마, 안 줘, 내가 다 먹을 거야!"

"엄마도 아까 더 맛있는 거 먹어서 안 먹고 싶거든!"


막내는 배부르게 먹고는 말했다.

"2주 동안 마라탕 안 먹어도 될 것 같아!"

'과연 그럴까?'

 나는 못 믿어웠지만 막내가 2주간 참겠다고 한 말이 싫진 않았다. 아마 곧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며 마라탕을 사달라고 조를 것이다. 눈에 선 하다. 마라탕과 또 옥신각신할 날이....  


막내가 어제 먹은 마라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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