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와 소설 사이
영화 리뷰글은 쓰기 어렵다. 진지한 리뷰 글을 쓰려면 어쩔 수 없이 무게도 조금 잡아야 한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쓰는 리뷰는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적어도 '리뷰' 혹은 '후기'라는 제목을 입힌 글이라면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지고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무게를 너무 잡기도 민망하다. 나는 그저 어떤 영화를 감상한 관객일 뿐이기 때문이다. 연출을 하지도 않았고 내가 직접 연기를 하지도 않았다. 영화에 대한 내 해석 역시 그저 내 해석일 뿐이다.
리뷰 글을 써 놓고 나면 후회가 들 때가 많다. 내가 감탄한 부분, 혹은 기법에 대해 자세하게 적으려 하면 할수록 그것들은 더 멀어져만 갔다. 표현을 하고 싶은데, 표현을 하면 할 수록 멀어지는 비극적인 상황이었다. 분석, 비교, 채점을 하려 들 수록 그 대상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그러던 중에 '소설 같은 리뷰를 써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비소설이 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그렇다면 소설 형태로 쓴 영화 리뷰는 비평문이나 해설문이 표현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표현할 수가 있지 않을까. 어쩌면 영화 리뷰글에 가장 걸맞는 형식은 소설이 아닐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지는 글을 쓰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 싣고자 하는 '리뷰 소설'들은 회피적이지 않다. 나는 진지한 마음으로 소설을 써내려갈 것이다. 그 안에서 '나'는 최대한 지워지겠지만 그렇기에 '나'를 내세우는 글보다 진정성과 진심이 더 많이 담길 것이다. 소설 속에는 글쓴이가 없지만 역설적이게도 글쓴이의 모든 것이 소설 속에 드러나거나 묻어나게 된다.
이야기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