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젓가락을 부르는 맛

한 솥에 끝내는 요리를 발견하다

by 사과꽃



퇴근길 샤브용 고기를 한 팩 사 왔다. 주인이 양지머리보다 비계가 적어 맛있다는 앞다리살을 권해 급 수정했다. 레시피와 달라진 건 고기뿐 아니라 채소도 바뀌었다. 냉장고 속 채소로 대체한 것이다. 주말에 사둔 커다란 가을배추, 산소를 세포까지 전달하는데 1등이라는 당근과 새송이, 양파, 대파, 애호박까지.


찜통에 물부터 올리고 씻고 다듬은 재료를 모두 채 썰었다. 김 오르는 솥에 채소를 깔고 샤브용 고기를 얹고 다시 채소를 깔고 고기를 얹었다. 솥이 넘칠 지경이었다. 뚜껑 덮고 15분가량 익혔다. 숙주와 부추를 깔고 양지머리를 얹으라 했는데 모든 재료가 다 응용되었다. 지상의 요리는 모두 응용 아니겠는가.


다음은 양념이다. 마늘과 매운 고추를 다지고 액젓 간장 식초 설탕 매실액 생수 그리고 통깨와 고춧가루를 넣어 섞어줬다. 이제 채소찜이 익으면 식탁에 옮겨서 양념장에 찍어서 먹으면 된다. 지난번 대패 삼겹살 찜 이후 두 번째 도전이라 걱정은 붙들어 맸다.


국이 필요 없는 찬이다. 대화도 막는 기가 막히는 맛이다.


집에 있는 모든 채소를 다 활용할 수 있고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을 만날 수 있다. 재료도 풍성하고 시간도 풍성하고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집밥. 맛을 부르는 음악도 필요 없다. 절로 나오는 감탄이 음악을 대신한다. 건강해지는 느낌은 기분도 띄우고 덤으로 속까지 편안하게 해 준다. 모두가 싱글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