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요즘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조와 덕이 Nov 22. 2022

나무 사랑

내 애인을 소개합니다.



그 옆에 가 서면 

내 키의 서너 배는 훌쩍 넘고

사방으로 뻗은 팔과 몸채는 매끈하고 훤칠하다.

봄부터 시선 꽤나 받은 정갈하고 꼿꼿한 은행나무다.


흠뻑 머금은 노란 물이

온 잎새에 퍼질라 치면

어느 순간 털털하게

후 덜 후 덜 벗어낸다.


이른 아침 교차로 신호대기 중에

이제 막 다 벗어 

발아래 수북하게 쌓아놓고

어쩔 줄 몰라하는 은행나무를 본 적 있다.


누군가 치워주기 전까지

두어나 달린 이파리를 흔들어 가며 

당황해했을 것이다.


빈 가지에 새순이 움트기를 손꼽던 날들

고운 연두색이 미운 초록이 될 때의 서운함

초롱초롱 나부대던 노란 이파리들


그 지나온 계절이 온전히 공존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은 아픈데 잠은 안 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