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애인을 소개합니다.
그 옆에 가 서면
내 키의 서너 배는 훌쩍 넘고
사방으로 뻗은 팔과 몸채는 매끈하고 훤칠하다.
봄부터 시선 꽤나 받은 정갈하고 꼿꼿한 은행나무다.
흠뻑 머금은 노란 물이
온 잎새에 퍼질라 치면
어느 순간 털털하게
후 덜 후 덜 벗어낸다.
이른 아침 교차로 신호대기 중에
이제 막 다 벗어
발아래 수북하게 쌓아놓고
어쩔 줄 몰라하는 은행나무를 본 적 있다.
누군가 치워주기 전까지
두어나 달린 이파리를 흔들어 가며
당황해했을 것이다.
빈 가지에 새순이 움트기를 손꼽던 날들
고운 연두색이 미운 초록이 될 때의 서운함
초롱초롱 나부대던 노란 이파리들
그 지나온 계절이 온전히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