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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Jul 14. 2024

내가 만난 갱년기


처음 갱년기라는 말을 쓴 건 40대 중반이었다. 이제 갱년기가 되어서 어쩌고 저쩌고...,했을 때 나보다 였던 사람들이 와하하 웃었기에 기억한다. 그러고 얼마 안 되어 그 이름 석자의 갱년기를 만나게 됐다. 처음엔 단순 피로감으로 왔다.



부서에서 일어나는 일을 세세하게 다 조율해야 하는 팀장일 때는 거의 온종일 여러 사람과 이야기해야 했다. 멀쩡하던 체력이 오후 4~5시가 되면 책상에 엎드려야 할 만큼 바닥이 다. 비슷한 시기에 생리불순으로 병원엘 갔는데 무조건 에스트로겐 복용을 권했다. 부인병을 유발한다는 그 호르몬을 먹고 싶지 않았다. 2~3군데 산부인과를 거쳐 대형 산부인과에 갔을 때다. 조직검사를 하라 했다.


몇 시간 조퇴를 한 상태고 다행히 바쁘지 않은 기간이라 오후에 하겠다고 했다. 젊은 남자 의사가 불손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대뜸 하는 말이 날을 잡고 서너 날 입원해야 한단다. 멀쩡한 사람을 환자취급 하는 것 같았다. 환자를 돈으로 보는 것도 같았다. 그 후 몇 군데를 거치면서 병을 파악했다. 호르몬 단절로 인한 갱년기에 접어들었고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나에겐 극심한 피로감이 온 것이다. 그 피로감이 만성 통증으로 이어졌다. 을 수 없이 온몸이 아팠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평생을 어디라고 할 수 없이 아팠던 내 엄마가 떠오른 것이다. 본인 스스로 신병이라고 할 정도로 신이 곡할 병이었다. 매년 봄에는 아예 이불을 깔고 몸져누우셨다.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 맘을 안다더니 제가 아프고서야 부모를 알게 된 상황이다. 여러 딸 중에 내 증상이 비슷했다. 40대에 자궁수술을 한 엄마는 이후 평생을 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갱년기 증상으로 고생한 것 같았다. 


아프다는 소릴 많이도 들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기운을 차릴 수가 없다 하셨고 내가 왜 이럴까도 하셨다. 실제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도 노환이라 했고 여러 병원을 다녀도 다른 질환을 찾았을 뿐 부인과병일 수 있음은 그 어떤 의사도 말하지 않았다.


  어느 날엔가 막 엄마 집을 다녀와서 저녁밥을 해 먹고 는데 서울 사는 오빠의 전화가 왔다. 미안하다고 요즘 엄마집에 가느냐고 혹시 내일 한번 가볼 수 없냐고. 왜 그러냐 했더니 방금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했다. 아무리 해도 병이 낫지 않는다고 자신을 서울대병원으로 좀 데려가달라고 아들에게 전화를 했단다. 얼마나 아팠으면 의지하는 아들에게 그리 전화를 했을까.


그 밤에 다시 엄마 집에 갔다. 무슨 일이 난 줄 알고. 그런데 아파트 문을 들어서자마자 엄마와 아버지는 소파에 앉아서 '네가 올 줄 알았다'라고 싱긋이 웃으셨다. 분명 아들이 전화할 곳이 나였을 거라고, 그렇게 오빠는 한번 내려오기가 쉽지 않았으니. 무엇보다 그 정도로 그 갱년기 질환은 거짓말 같았다. 정말 아쉬운 것은 엄가 돌아가실 때까지 우리는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다.



다시 내가 만난 갱년기 이야기로 돌아온다. 댓 곳을 두드리고 어느 의사 한 분의  말을 받아들였다. 호르몬을 먹으면서 피로감 통증이 거짓말 같이 가셨다. 자연히 자매들에게 말을 했는데 이젠 약을 말리는 전화가 넘쳤다. 암이 생길 수 있다느니..., 걱정하며.


1년 넘게 복용하던 약을 자연식으로 대체하고 유산균으로 년 넘게 유지를 해왔다. 그러나 올여름을 맞으면서 또다시 몸살을 동반한 갱년기 증상이 왔고 현재는 병원 처방을 받고 많이 좋아졌다.


도대체 어디가 아픈지도 말할 수 없던 통증과 물에 빠진 듯하던 느낌이 가셨다. 여성호르몬이 조정하는 기능은 불가사의할 만큼 영향이 크다. 나이가 들어가고 그에 맞는 식품과 약품을 선택하는 데는 끊임없이 공부도 필요하고 관심도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인생의 전환기이자 내 삶을 강력하게 지배하는 갱년기를 슬기롭게 대응하며 지나가야겠다. 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을 제대로 인지하여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각자 터득한 정보를 서로 나누는 것도 좋겠다. 이제부턴 갱년기와 어깨동무하며 지나가려 한다. 내가 만난 그 어떤 경험보다도 강력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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