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우짜노! 그래 얼마나 아프노?"
이 말은 부모님이 해주시던 말이다. 햇살이 반짝반짝한 날씨인데도 휴일 내내 집에 있어야 했다. 온 기력이 떨어지고 몸살이 나서야 이유를 생각해 봤다. 5월에 시작한 궁도 때문이라고 하기는 새삼스럽다. 하루에 서너 가지 스케줄을 잡은 게 문제였다. 그렇게 다운이 되면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는 늘 아팠는데 그 이유를 밝혀 치료하기보다 노환으로, 허약함으로 치부했다. 자매는 '왜 그렇게 평생을 아프냐'라는 모진 말도 했다. 병명이 나오지 않아 모두가 약한 체력으로 인한 몸살이라고 여겼으니 나 도 공범자다. 오십을 넘으면서 엄마의 그 병을 예측해 본다. 엄마는 일찍 온 갱년기 장애였을지도 모른다.
온몸의 근육이 아픈 것, 어디 꼭 집을 수도 없이 아파서 그냥 쓰러져 드러눕게 되는 그 병을 엄마는 귀신에 홀린 병이지 않을까 하셨다. 내가 꼭 그렇게 되면서 느낀다. 그 많은 병원을 전전하고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밤을 새운 적도 있었지만 아무도 산부인과를 권해주지 않았다. 여성호르몬제라도 드시게 했다면 그 심했던 근육통이 좀 낫지 않았을까. 너무 늦은 깨달음이다.
심한 몸살을 하고 난 뒤 걷는 걸음은 발바닥이 뾰족한 느낌이다. 여차하면 뒷머리를 타고 오는 두통이 무서워 몸을 아끼게 된다. 많이 쓰는 팔과 손이 남의 것 같아진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 어찌 알았겠나. 1~2끼는 굶어도 끄떡없었는데 부모님도 이랬을까, 무릎을 친다.
수십 년간 적응된 직장 맞춤형 몸이 되어서일까? 선지 신통하게 주말에만 앓았다. 출근하여 생각해 보니 병이라는 게 심적인 영향도 큼을 느낀다. 그러니 제 길 올곧게 가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필요도 있다. 자신을 북돋우는 뱃심도 필요하다. 일상에서 몸과 마음의 근력을 키우고 혹 넘쳐나는 감정이 없는지 늘 단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