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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모스 May 24. 2024

오늘도 만나러 갑니다


제가 참 인기 없는 사람입니다. 제 책상의 전화는 온종일 울릴 일이 별로 없고요, 모바일폰으로도 전화를 하는 사람은 접니다. 어느 날엔가 먼저 하던 연락을 줄여봤어요. 세상에나! 중간중간 먼저 전화하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고생스러웠지만요. 알고 보니 그동안 모든 만남들이 거의 제가 자초했더라고요.


자매들도 연락해야 만나지고 가족들도 언제나 전화해서 잔소리를 하고 있었더군요. 어른들 안부전화야 당연하지만 만나고 밥 먹고 차 마시던 그들은 거의가 '하고재비'인 제가 찾고 불러서 본 경우가 대부분인 거예요. 어젯밤 모임도 사실 귀한 후배에게 번개 하자고 떼써서 만들어진 자리였습니다.


본인이 바쁜데도 잊지 않고 하루 뒷날에 모임을 성사시키더라고요. 요새는 이 친구 덕분에 좀 재미납니다. 그렇게 만난 자리에서 모처럼 막걸리를 제법 마셨습니다. 그 만남의 자리에 가면서 거의 20여 년 만에 옛 동료를 보았어요. 길에서 만났는데 제 이름을 기억하더라고요.


물론 성을 다르게 붙여서 불러줬지만 그게 어딥니까. 한동안 서서 서로의 근황을 묻고 답하며 그녀가 연거푸 하던 말이 있었어요. '그때 밥도 많이 사주고 맛있는 거 정말 많이 사주셨는데'라는 거예요. 연락해서 가면 맛있는 거 많이 사달라네요. 그랬으면 이제 자기가 맛있는 거 많이 사주겠다고 해야지 쟤는! 그래도 제가 기특하더군요.


 오늘 점심때도 만나러 갑니다. 거의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선배들입니다. 일터에서 만난 어른들인데 그러고 보니 이 어른들은 대학생 때부터 알던 선배가 한분이고 두 분은 부서의 장이었네요. 어떻게 20여 년을 잊지 않고 가물에 콩 나듯이 만나지냐면요. 아! 이분들은 제가 연락하지 않아도 연락이 된 분들이네요.


그중 한 사람은 제가 한 등급 승진할 때마다 축하 화분을 보내왔네요. ㅇㅇ관이 되었을 때는 화분뿐 아니라 보내준 문자에 뒤로 벌렁 넘어질 뻔했습니다. '우리의 횃불이 되어주소!'였어요. 아끼던 비밀인데 이렇게 공개합니다. 참 좋은 사람들이 많지요?


여하튼 어제저녁의 만남, 그 후배가 붙인 모임이름은 '작가의 목요일 밤'이었습니다. 네이밍도 어쩜 그리 잘하던지, 손수 담근 석류주를 이쁜 병에 담아서 일일이 챙겨주던 그 후배는 참 기가 찬 친구입니다. 어제 함께했던 사람들은 아직 좀 낯설지만 전화를 주고받는 날도 오겠지요?


말을 하다 보니 인기 없는 사람이라는 아쉬움이 싹 가셨습니다. 글은 이렇게 좋은 약이네요. 늘 전화를 받기만 했던 친구가 있다면 지금 한 번 전화해 보시면 어떨까요? 전화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수록 행복한 사람이겠지요? 그러니 저는 참 행복했네요. 물론 앞으로도 그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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