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참 인기 없는 사람입니다. 제 책상의 전화는 온종일 울릴 일이 별로 없고요, 모바일폰으로도 누군가에게 먼저 전화하는 사람은 접니다. 어느 날엔가 먼저 하던 연락을 줄여봤어요. 중간중간 전화하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고생스러웠지만 알고 보니 세상에나, 정말로 그동안 만남이 거의 내가 청했더라고요.
자매들도 연락해야 만나지고 가족들도 언제나 먼저 전화해서 잔소리하고 있더군요. 만나고 밥 먹고 차 마시던 그들은 거의가 제가 찾고 부른 경우가 많더군요. 어제저녁 모임도 후배에게 번개 하자고 떼써서 만들어진 자리였습니다.
본인이 바쁜데도 잊지 않고 하루 뒷날에 모임을 성사시킨 후배. 이 친구 덕분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 만남의 자리에 가는 길에서 거의 20여 년 만에 옛 동료를 만났어요. 길에서 스치는데 제 이름을 기억하더군요.
물론 성을 다르게 불렀지만 그게 어딥니까. 한동안 서서 근황을 묻고 답하는데 그녀가 연거푸 하던 말이 있었어요. '그때 밥도 많이 사주고 맛있는 거 정말 많이 사주셨는데'라는 거예요. 담에 연락해서 가면 맛있는 거 많이 사달라고 하더군요. 20여 년이 흘렀고 이제 자기가 맛있는 거 한 번 사주겠다고 해도 되는데 말이지요.
오늘도 만나러 갑니다. 거의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어른들입니다. 일터에서 만났고 그중에는 대학생 때부터 알던 선배가 한분이고 두 분은 부서의 장이었네요. 다들 퇴직하신 고령이시라 불편할 수도 있는데 만나면 많이 듣고 배웁니다.
그중 한 사람은 제가 승진할 때마다 축하 화분을 보내주셨어요. 화분뿐 아니라 보내준 문자에 뒤로 넘어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횃불이 되어주소!'라고 했었지요. 그분들을 만나러 갑니다.
여하튼 어제저녁의 만남, 그 후배가 붙인 모임이름은 '작가의 목요일 밤'이었습니다. 이름 짓는 것도 어쩜 그리 잘하던지, 손수 담근 석류주를 이쁜 병에 담아서 일일이 챙겨 온 후배는 간혹 먼저 전화를 줍니다. 어제 만난 그 작가님들이 편해지는 날도 오면 좋겠네요.
그래도 제가 인기 없는 사람은 아닌 듯합니다. 적다 보니 허전한 마음이 훈훈함으로 바뀌었습니다. 혹시 전화를 받기만 했다면 먼저 만나자고 전화해 보시면 어떨까요? 전화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수록 행복한 사람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