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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모스 Oct 08. 2024

누가 내 깍지 좀 찾아주오

활터에서 깍지를 잊어버렸다


활을 날리는 사대에 서면 화살을 장전하여 날리기 전에 준비물이 있다. 오른손 엄지에 끼는 깍지와 검지에 끼는 가죽장갑이다. 입단이 승인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모처럼 달려왔는데 가방을 다 뒤져봐도 깍지가 없다. 어디다 흘렸지? 너른 잔디밭을 두세 번 돌았다.


10월 초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입단 승인이 되었다고 했는데. 8월 말에 습사생으로 처음으로 5발 중 4중을 했는데. 지난 7월에 '시 궁도협회'에서 주는 수료증을 받고 동기들은 모두 다른 정에 입단했는데. 3개월 유예를 두는 바람에 두 사람은 다른 정으로 가고 홀로 남았는데, 마음이 급한데.


한 분이 며칠 전에 너른 실내에서 깍지가 하나 발견되었고 창가에 올려두었더라 했다. 그렇다면 잔디밭에 흘린 건 아니다. 수료 시 받았던 매대에 자크가 달렸더라면 흘리지 않았을 거라고 선배들의 말이 있었다. 주머니가 얇아 흘리기 쉬웠단다. 그래도 매대에 넣어 다닌 내 잘못이다.


어쨌거나 깍지와 가죽으로 된 손가락장갑이 한두 푼짜리는 아닌데, 무엇보다 그동안 손에 익힌 장비를 잃었으니 아쉽다. 새 장비를 산들 그 습관을 익히려면 더 연습해야 한다. 이래저래 마음이 착잡했다. 출장을 마치고 들뜬 마음으로, 4중을 해 보리라 들른 정이 차츰차츰 더 추워졌다.


울적하니 돌아와 밤을 보내고 새 장비를 구입하리라 맘먹었다.  다시 활 연습을 하겠다. 깍지 잃고 마음 다지는 형국이다.뭐든 잃고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다니.


실력이 점프할 듯 한 순간마다 고비가 있었다. 첫 4중을 하고 하루 쉰 다음날 설레며 정을 찾았는데, 누군가 내 활을 통째로 집어간 사건이 있었다. CCTV를 일일이 돌려 본 결과 자기 활인줄 알고 두 개를 집어가는 사람이 있었다. 다행히 뒷날 돌려받았지만 연습에 차질이 있었다.


정식으로 입단을 앞두고 이제는 내 불찰로 손에 익은 깍지를 잃었으니 이 무슨 변고인지. 한 단계 나아가는 단계마다 오는 시련인가? 정회원들 밴드에  알려 깍지를 찾아보겠다던 사람의 전화번호도 모른다. 깍지를 사려면 다른 정에 연락하여 매매하는 이를 찾아야 한다. 불편함이 한두 개가 아니다.


좋은 건 이렇게 어렵고 장애물이 많은 건가? 활은 어차피 혼자 하는 거고, 오랫동안 하려고 시작했으니 급하게 마음먹을 일은 아니다. 매 순간 행동이나 말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결과다.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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