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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화두는 고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스와즈 사강 -

by 사과꽃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2008년 김남주 님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제목만 보고 뒤적이다가 다시 꽂아 두곤 하던 책이다. 어느 독서모임에서 이야기 나눔 도서로 선정하여 다시 도서관을 찾았다. 뒷 창고에 정리된 책이란다. '왜요?' 일정기간 대출이 없던 책은 분류하여 따로 보관한단다. 두껍지 않고 쉬 읽겠는데 그렇게나 찾는 이가 없었을까? 화두를 몰랐을지, 그 화두가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을지 궁금했다.


들고 와 틈틈이 읽어도 후루룩 읽혔다. 지금 다가오는 화두여서 그랬는지 이야기가 소곤소곤 귀에 들어왔다. 주인공 폴 39세 여성과 시몽 25세 청년 그리고 폴보다 나이가 많은 애인 로제가 나온다. 옆에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늘 고독해하는 심리를 그리고 있다. 애인이 있어도 고독한 폴과 그 폴이 없으면 안 된다고 여기면서도 바람을 피우는 로제 이야기다.


끝에 저를 좋아하는 시몽을 돌려보내고 로제에게로 갈 듯한 폴의 마음은 뭔지. 편안함과 반복되는 일상의 관성은 그 어떤 심리적 고통도 참아낼 수 있는 것일까? 짧은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소설이다. 프랑스와즈 사강이 24세 때 썼고 1959년에 쓴 소설이라는데 마치 지금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 한 이야기 같다. 김남주 선생님의 번역도 소탈하고 편안하다. 일테면 이런 부분이다. 다른 책에서 잘 나오지 않는 표현,


'자기는 어지르는 걸 싫어하지...' 여기서 '어지르는' 이런 표현이 재미있다. 그리고 제목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물음표가 아니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마침표로 끝난다. 마치 브람스를 좋아하라고 권하는 듯하다. 음악가 '요하네스 브람스'를 말하는지 그가 작곡한 작품을 말하는지 그런 말은 없는데 그렇다면 브람스는 뭘 지칭할까?




올해는 고독과 고립의 경계를 지키겠다던 지인이 있었다. 고립이 아니라 고독하겠다고 했다. 그 두 단어를 나란히 둠에 놀랐다. 얼마나 사람들이 홀로의 생활에 정성을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는지 느껴졌다. 아슬아슬한 가랑잎 배를 타고 그 찌릿찌릿한 감정을 조율하고자 애쓴다. 사람은 많이 살았다고 잘 살고 있다고 모든 감정에 노련한 건 아니다.


한 순간 탁 느껴지는 군중 속의 고독도 있다. 어느 세대든 오늘이 모두에게 처음이기에 어렵지 않은가. 홀로 동떨어진 느낌을 피하기 위해 헤쳐가고 승화시키기 위해 애쓰는 것이리라. 시인 정호승은 그 고독을 외로움이라 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라 했고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라며 고독을 자연스러움으로 표현했다.


그렇다면 시몽을 돌려보내고 다시 익숙한 로제에게로 돌아가는 폴은 자연스러운 고독쯤이야 이겨 낼 수 있다고 보았을까? 상처의 아픔을 때로는 짓 눌러가며 고통을 감내하듯이 말이다. 짓 누르면 덧날지도 모르는데 아문 데를 건드려 피를 내는 마음인가. 인생은 아픔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건가? 물론 그 인정과 감내는 오롯이 개인 사에 한정되는 문제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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