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나뭇가지의 살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빽빽한 숲인데 어디서 햇살이 비쳐드는 걸까. 발 딛는 곳마다 눈이 부시다. 쭈르륵 찌르륵 새소리가 맑고 경쾌하여 저절로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발을 떼는 건지 날아가는 건지 그렇게 흐르다가 언뜻 멈추었다.
꿈이었다. 마루로 나간다. 아이방의 문풍지로 신명하게 불빛이 새어나고 있다. 돌아왔구나! 안도하는 미소로 아이방으로 향한다. 구슬이 구르듯 덕이의 앳되면서도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슥한 밤, 이제 곧 여명이 번질 듯하다.
문을 열지 않아도 보인다. 보랏빛이 도는 새파란 두건으로 긴 머리를 묶고 그 끝을 머릿결과 같이 늘어뜨렸다. 얼굴엔 검은테 안경을 걸치고 작은 막대기를 제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섰다. 여민 옷자락이 자리에 누웠던 행색이 아니다. 그러고선 어미가 밖에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홀로 말을 이어가고 있다. 왼 손바닥에 막대기 끝을 톡톡 두드리며 덕이가 말한다.
'안으로 마음을 밝히는 것이 경(敬)이고 밖으로 과단성 있는 것이 의(義)'입니다. 내면적인 정신의 밝음이 경(敬)이요, 외면적인 행동의 결단이 의(義)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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