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꽃천지다. 개나리, 조팝나무, 벚꽃, 매화, 산수유, 생강나무, 가지가 언제 앙상했냐는 듯이 아우성이다. 저리 아름다운 꽃들이 생식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저 생존의 열망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름다움으로 무장한 평범한 생이다.
지난 주말부터 매일같이 38도로 열이 들끓는다. 사실 들끓는 건 열이 아니라 마음이다. 오랜만에 마음이 미움과 반목으로 가득 찼다. 부정적인 마음은 귀신같이 열꽃으로 핀다. 나는 추한 인간이라 이 마음들을 아름답게 포장할 자신이 없다. 화가 나고 욕이 나오고 짜증이 폭발하다 못해 앓아누워버린 중생이다. 똘똘 뭉친 나쁜 마음이 열꽃이 되어 피어난 게다. 그렇게라도 마음에서 떠나가거라 미움이여.
겨우내 응축된 생의 욕구가 꽃으로 터지고 금방 흐드러져 사라진다. 그래서 이맘때쯤, 온갖 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괜히 마음이 어지럽고 서글프다. 꽃이 질 때쯤, 오랜만에 들끓은 나쁜 마음들도 전부 흩날려버리리라.
녹음이 우거진 무더운 여름을 기다린다. 모든 생이 성숙해지는 시기에 나도 너도 안정을 찾을 테니까. 미워하고 싶지 않다. 화내고 싶지 않다. 아프고 싶지 않다. 열감에 기분이 나쁘다. 당장은 병원 처방약을 목 뒤로 넘기고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