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귀걸이가 되고싶은 목걸이 vol.3
부인은 그곳에 목걸이를 두고는 떠나버렸어.
이제 목걸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보석 세공사가 나타났어. 그러더니 목걸이를 이리저리 둘러보곤 목걸이에게 물었지. 무엇이 그렇게 되고 싶었느냐고 말이야. 목걸이는 깜짝 놀랐어.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봐주다니. 무엇이 되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다니 말이야.
목걸이는 고민 한번 하지 않고 단번에 귀걸이가 되고 싶다고 했어.
행여나 세공사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말이야. 자신보다 늘 더 높은 곳인 부인의 두 귀에서 달랑이던 귀걸이가 무척 예뻐 보였거든. 그리고 늘 두 짝이 같이 있으니 외로워 보이지도 않았어.
그러자 세공사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걸이를 좀 더 자세히 요리조리 살펴보기 시작했어. 마치 목걸이가 귀걸이가 되고 싶다고 한 그 말이 참 기특하다는 듯이 말이야. 그리고는 아주 아름다운 귀걸이로 만들 수 있겠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렸어.
목걸이는 흥분하기 시작했어. 너무너무 신이 나 방방 뛰고 싶은 기분이었지. 이제 서랍 속에 남겨지는 일은 다시는 없을 거야. 다시 찬란하게 누군가의 귀에 달려 받을 그 찬사들이 기대되었지. 아름다운 목걸이를 만들었던 그 세공사라면 목걸이는 아주 귀한 귀걸이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신이 나 들떠 있는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아주 큰 고통이 찾아왔어.
정신을 잃을 만큼 너무 아팠어. 이런 중요한 순간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목걸이의 몸은 분해되고 있었어.
목걸이는 분해되고, 깎여지고, 덧붙여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야만 했지. 그저 귀걸이가 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이런 고통이 따라오는 줄은 몰랐을 거야. 처음 목걸이가 되어 있었을 땐 이런 고통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에 없었거든.
미리 말해주었다면 목걸이는 귀걸이가 되는 걸 포기했을까? 미리 말해주었어도 목걸이는 그 어두운 서랍 안에서 벗어나 귀걸이가 되고 싶었을 거야.
겪어보지 못한 고통은 서랍 속에 남겨지는 그때의 고통과 비교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야.
변화의 과정이 너무나 견디기 어려웠던 귀걸이가 되고 있는 목걸이는 울부짖었어. 그냥 목걸이로 있게 해달라고, 다시 목걸이가 되겠다고.
세공사는 아름답고 멋진 귀걸이를 만드는 과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다독이며 이야기해 주었어. 조금만 더 참고 인내하면 된다고. 곧 누군가에게 소중한 귀걸이가 될 수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운 목걸이는 그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 그저 옛날 목걸이였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만 싶어 했어. 차라리 그냥 어두운 서랍 속에서 서랍이 열리길 기다리는 일이 덜 고통스럽게 느껴졌어.
그러자 초라한 목걸이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어.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올 거라는 그 말 말이야. 정말 그랬을까? 과연 그랬다면 이런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겠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되면 그 초라한 목걸이처럼 얌전하게 소리치지 않고 그저 활짝 웃으며 목걸이로 있을 테니 제발 멈춰달라고 울부짖었어.
하지만 세공사는 아주 아름다운 귀걸이를 만드는 과정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세공사는 알고 있었어. 다시 선택받지 못하는 목걸이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아름다운 귀걸이가 되는 과정이 덜 고통스럽다는 것을.
지금 목걸이에겐 그 어떤 위로와 희망의 말도 들리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 이미 많은 보석들을 다뤄 보았으니까 말이야. 세공사는 세공사의 일을 해야만 했어. 예전의 선택받지 못하는 목걸이가 아닌 늘 귀에 걸려있게 될 아름다운 귀걸이를 만들어야만 하는 거야.
얼마나 지났을까? 그렇게 울부짖던 목걸이는 어느 순간 고통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어. 이제 더 이상 목걸이가 아님이 느껴졌지. 그리고 더 이상 목걸이로 되돌아갈 수 도 없다는 것을 알았어.
고통이 끝나고 아름다운 귀걸이가 된 뒤에야 귀걸이는 감사할 수 있었어. 포기하지 않고 귀걸이로 만들어 준 세공사에게 말이야. 더 이상 불평하지도 않게 되었지. 고통이 끝났으니까. 그리고 너무나 행복해했어. 그 행복은 좀 전의 고통을 다 잊게 해 주었지.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고통을 견디길 잘했다고 말이야. 서랍 속에서 잊히지 않고 다시 빛을 보는 일이 너무나 감사할 뿐이었어.
하지만 귀걸이는 또 언젠가 낡고 빛을 잃게 되면 팔찌가 되고 싶어 질지도 몰라. 그리고 간절하게 원하다 보면 훌륭한 세공사를 통해 멋진 팔찌가 될 수도 있을 거야. 멋지게 세공되는 과정을 인내하고 견딘다면 말이야. 원석 그 자체는 변하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