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앞에 선 이들을 위한 작은 우화

4. 서랍 속 초라한 목걸이 vol.1

by 글로그림 Geullogrim

또다시 서랍이 닫히고 어둠이 찾아온 서랍 속에서 목걸이는 기운 없이 중얼거리고 있었어.

다음엔 또 무어라 소리쳐야 할지 어떤 각도로 빛을 발할지 고민 중이었지. 그때 초라한 목걸이가 뭐가 좋은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보였어. 나는 따져 물었지.

“아니 25년 동안 어둠에 갇혀있었으면서 뭐가 그리 좋아서 미소 짓는 거예요?”

그러자 그 목걸이는 “오늘도 하루가 지났어. 이제 곧 때가 오겠지.”라는 거야. 하루가 지나면 뭐 누가 당신을 목에 걸어주기라도 하는 줄 아나 봐. 이 부인의 서랍 속에는 계속해서 목걸이가 늘어 가는데 당신 차례가 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니. 나는 어이가 없었지.


오늘도 선택받지 못했음에 화가 나서 씩씩 거리고 있는데, 자꾸 그 초라한 목걸이의 미소가 생각나는 거야. 그 목걸이의 평안함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은근히 부러워지기 시작했어.

나는 이렇게 애가 타는데 왜 저 목걸이는 저렇게 태평할 수 있는 거지? 나처럼 이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얇고 얇은 금줄에 더 이상 반짝이지도 않는 것 같은 작은 보석이 달린 모양새가 초라하기 그지없는데 말이야. 저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람?


지금 초라해 보이는 그 목걸이도 예전엔 지금보다 더 반짝였단다.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풍기는 심플한 매력도 있는 법이거든.


주인의 눈부신 어린 시절, 초라한 목걸이는 늘 그녀의 목에 걸려 있었어. 365일 매일매일 몇 년 동안 주름하나 티끌하나 없는 그 아름다운 여인의 젊음을 함께 누렸지. 당시 주인 서랍의 유일한 보석은 그 목걸이 하나였거든.


초라한 목걸이는 지금도 느낄 수 있단다. 서랍이 열릴 때마다 그 목걸이를 바라보는 주인의 눈에서 젊었던 시절의 사랑이 담긴 따스한 눈길을 말이야. 그 눈빛에서 초라한 목걸이는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간 그 화사하던 시절을 다시 누릴 수 있을 거란 자신의 믿음을 확신하는 거겠지.


초라한 목걸이는 그 믿음 하나만으로도 행복했어. 함께 했던 과거를 기억하는 한 초라한 목걸이는 그 주인을 영원히 신뢰할 수 있을 거야.


그렇다고 서랍 속에 있는 게 좋다는 건 아니야. 그곳에서 할 일을 할 뿐이지. 조급해하는 보석들을 다독이는 역할이랄까? 그러다가 나도 조급함에 물들기도 하지만 말이야. 나도 때때로 의심이 들 때가 있단다. ‘다시는 서랍이 열리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의심 말이야. 하지만 이렇게 의지할 보석들이 있고, 서랍이 계속 열리는 한 난 기다릴 수 있어. 나의 때를 말이야.






-The tale carri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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