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앞에 선 이들을 위한 작은 우화

5. 서랍 속 초라한 목걸이 vol.2

by 글로그림 Geullogrim

나는 어떤 세공사가 노년에 얻은 소중한 딸을 위해 정성을 다하며 만들어졌어.

그 세공사가 나를 조각하며 어찌나 애지중지 갈고닦았는지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걸이라 생각했지. 내 안에는 그 세공사의 사랑이 듬뿍 담겨있었거든. 그리고 그 사랑은 딸의 16살 생일에 전달되었지. 나를 바라보던 소녀의 눈빛이 아직도 나를 빛나게 한단다.


세공사의 딸로 자라면서도 보석이라고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소녀는 아빠의 보석들을 바라보며 늘 감탄했어. 아빠가 만든 보석들은 세상의 모든 빛을 다 담고 있는 것 같았단다. 감탄하던 보석들은 곧 다른 사람들의 손으로 가버렸지만 소녀는 아빠의 손에서 탄생하는 아름다운 보석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


그리고 멋진 보석들을 드리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워했지.


아빠의 멋진 세공 솜씨를 늘 칭찬하며 자랑스러워했단다. 그동안 선물이란 걸 받아본 적 없던 가난한 세공사의 딸인 소녀가 나를 받고 흘리던 그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잊을 수 없을 거야. 처음에는 왜 행복하게 웃지 않고 우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 많은 시간을 소녀와 함께하면서 이제는 아주 조금 이해할 것도 같아.


미소 뒤에 숨은 슬픔과 눈물에 담긴 행복을 말이야.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소녀는 아빠가 선물한 목걸이를 늘 소중하게 다루며 함께했어. 단 한순간도 목에서 빼려 하지 않았지. 소녀와 함께 하는 시간은 즐거웠어. 소녀의 삶은 소박하지만 너무나 눈부셨지. 그렇게 나는 세공사와 딸의 사랑을 받으며 늘 행복했어.


어느덧 소녀는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게 되었고, 여인이 된 소녀는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어 남편과 함께 열심히 일하며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되었지. 처음엔 땀 흘려 일하느라 그랬는지 나를 서랍 속에 소중하게 넣어둔 모양이었어.

그런데 삶이 차차 풍족해지고 여유가 생기자 그 여인은 아빠가 만들던 아름다운 보석들이 생각났나 봐. 너무 갖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었던 그 보석들 말이야. 상상 속에서만 누렸던 그 보석들을 이제는 진짜로 누릴 수 있게 된 거야.


귀걸이가 되고 싶어 하던 목걸이가 떠나고 서랍 속은 고요가 찾아왔어.

서랍 속은 차분해졌지만 내 마음속은 좀 불편해졌어. 귀걸이가 되고 싶어 하던 목걸이처럼 나도 소리 질렀어야 하는 걸까? 우리의 아름다웠던 과거를 생각해 보라고 말이야. 내가 그 소중한 목걸이라고 말이야. 나를 기억하기는 하는 걸까? 귀걸이가 되고 싶어 하던 목걸이의 조급함이 나를 감싸 안았어.


아무래도 그 목걸이가 떠날 때 조급함을 남겨두고 간 모양이야.






-The tale carries on.

이전 05화갈림길 앞에 선 이들을 위한 작은 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