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앞에 선 이들을 위한 작은 우화

6. 서랍 속 초라한 목걸이 vol.3

by 글로그림 Geullogrim

그래도 좀 고집스러웠던 나는 그 목걸이처럼 소리 질러 외칠 순 없었어.

그저 내가 하던 대로 기다릴 수밖에는 없었지. 한참을 그렇게 서랍이 열렸다 닫히길 반복하며 나를 선택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날 서랍이 열리며 들어온 빛이 그날따라 너무 눈이 부셨어. 그러다 나도 모르게 반짝이고 말았지.


마치 누군가가 어서 반짝여보라며 빛을 듬뿍 비춰준 것 만 같았어.


나도 반짝일 수 있다는 사실이 기억나며 너무 따스해지는 기분이었지. 그렇게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주인이 나를 집어 들었어. 그리고는 오랜만이라고 인사하듯이 나를 부드러운 천으로 깨끗하게 닦아주었지. 그리곤 무언가를 칙칙 뿌리더니 더 열심히 닦아주었어.


한번 마음껏 반짝여 보라는 듯이 말이야.

나는 행복에 겨워 열심히 빛을 받아들이고 또 내뿜었지. 나의 주인은 어느새 나이가 들어 소녀의 앳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난 다시 그 소녀와 함께하던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어.


그런데 행복을 다 만끽하기도 전에 갑자기 어둠이 찾아왔어. 이건 죽음이라는 걸까? 너무 갑작스러워 당황스러웠지. 여긴 서랍이 아닌데 말이야. 분명히 서랍이 아니었는데 언제 어떻게 어둠이 찾아온 거지? 여긴 나 혼자란 말이야.


서랍이 열리고 닫히는 일이 없으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어. 누군가와 대화할 수도 없고 서랍이 열리길 기대하는 일도 할 수 없었지. 깊은 어둠 가운데 신뢰의 희망이 끊어져 버린 기분이었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도 없었지.


결국 절망이 찾아온 거야.


절망가운데 귀걸이가 되고 싶어 하는 목걸이의 외침이 들렸어. 그 목걸이는 귀걸이가 되었을까? 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지. 하지만 초라한 목걸이의 성향으로는 다시 서랍 속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렇게 외치지 못했을 거야. 초라한 목걸이가 가장 잘하는 건 역시나 참고 기다리는 것이니까 말이야.


나와 너의 삶이 다를 수밖에 없는 거거든. 그렇게 다른 삶들이 모여 다채로운 빛을 내는 거겠지.


희망이 사라진 어둠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작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점점 시끌시끌해지더니 음악소리 같은 것도 들렸어. 오래전 소녀와 함께 다닐 때 듣던 음악이 기억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웃으며 모두가 행복해하는 곳에서 듣던 소리가 분명해. 이건 바로 파티의 소리야. 난 어디에 있는 거지?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왜 아직도 깜깜한 거지?


맞아, 여인은 아빠가 선물한 그 소중한 보석을 멋지게 포장한 뒤 파티에 참석했단다. 바로 막내딸의 16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축하 파티였어. 여인은 아빠의 선물을 늘 소중하게 보관해 두고 있었어. 아끼고 아끼며 말이야.


그 보석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었지. 그건 바로 아빠의 사랑이었으니까.


딸이 생기면 혹시 딸이 없다면 손녀에게라도 꼭 그 아름다운 반짝이는 사랑을 전하고 싶어 늘 서랍 안쪽에 소중하게 보관해 두었던 거야. 자신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함께 말이야.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때였지. 초라한 목걸이가 늘 기대하던 바로 그 순간이 온 거야.


딸은 알고 있었어. 엄마가 얼마나 그 목걸이를 소중하게 여겼는지 말이야.

어린 시절 어둠이 찾아올 때면 엄마는 늘 이불속에서 할아버지가 만들던 보석이야기를 들려주셨거든. 엄마가 가지고 있는 보석들보다 더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지. 클라이맥스는 항상 아주 작은 보석이 달린 그 목걸이 이야기로 끝이 났어. 소녀는 그 목걸이를 엄마가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어. 그리고 그 사랑이 결국엔 자기에게 올 거라 꿈꾸며 잠이 들곤 했었지.


선물을 풀어보던 작은 소녀는 너무 기뻤어. 이번엔 눈물은 없었어. 천진난만하고 드디어 그 목걸이를 획득했다는 자신만만한 소녀의 미소만이 가득했지. 목걸이를 목에 걸자 이제 그 이야기에 자기도 주인공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소녀는 자부심이 가득했어. 그리고 그 이야기를 계속해 나아갈 수 있겠다고 소녀는 생각했지. 자신의 딸에게 또 손녀에게로 말이야.


초라한 목걸이는 자신의 이야기가 계속된다는 사실에 더 이상 초라한 목걸이가 아닌 가장 빛나는 목걸이가 되어있었어. 또다시 어둠이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아니야.


지금은 가장 빛나는 목걸이가 되어 그저 그토록 기다렸던 지금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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