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앞에 선 이들을 위한 작은 우화

2. 귀걸이가 되고 싶은 목걸이 vol.2

by 글로그림 Geullogrim

결국 목걸이는 그 화려하게 생긴 부인의 목에 걸려 함께하게 되었어.


처음에는 늘 부인의 목에 걸려있었지. 어디를 가든 항상 함께였어. 만나는 사람들 마다 어찌나 칭찬을 하던지 목걸이는 무척 기분이 좋았고 점점 우쭐해지기 시작했어. 그 부인은 가는 곳도 많았어. 여기저기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피곤한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역시 이 화려한 부인 앞에서 한껏 빛을 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어.


밤이 되면 잠시 서랍 안에서 쉴 수 있었는데, 부인의 서랍 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보석들이 즐비했지. 그 보석들도 하나같이 아름다웠어. 그런데 왠지 모를 어두움이 느껴졌지. 아마 새로 온 자신 때문에 그 보석들이 갈 곳을 잃어서 그런지도 몰라.

그래도 부인의 목에는 늘 자기가 걸려있을 수 있었어 목걸이는 마냥 행복했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점점 목걸이는 목에 걸리는 횟수가 줄어들고, 캄캄한 서랍 속에 남아있기 일쑤였어.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했고, 다음에는 내 차례가 곧 올 거라며 다독였지. 그러나 결국 서랍에서도 점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어.

그 부인은 새로운 보석을 계속 사는 모양이었거든.


또 그렇게 어둠이 찾아오자. 목걸이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어. 목걸이는 울음이 터지기 직전인데, 서랍 속 다른 보석들은 대수롭지 않은 모양이었어. 너무 오래 방치된 탓일까?


늘 그래왔기 때문에 그런 걸까?


사용될 때는 그 모습을 뽐내며 행복해했지만 자주 서랍에 있게 되자 이곳에 영원히 남겨져 부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만 같았어. 목걸이는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처음 부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진열장에서 했던 그 행동이 떠올랐어. 그리고 결심했지. 서랍이 열리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서랍이 열리면 큰소리로 외치기로 마음먹은 거야.


드디어 서랍이 열리자 목걸이는 크게 외쳤어.

“사실 나는 목걸이가 아니에요. 멋진 팔찌예요. 팔에 두 번 감으면 아주 아름답답니다.”

그래도 선택되지 않으면 다음엔 더 큰 소리로 외쳤어.

“사실 나는 왕관이에요. 머리에 얹으면 아주 우아하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소리도 없었고, 목걸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 여전히 선택되지 않으면 또 이렇게 외쳤어 “부인! 보세요. 사실 나는 귀걸이예요. 귀에 걸면 축 늘어져 아주 멋스럽지요.”


누가 봐도 목걸이인데 목걸이가 아니라고 우겼지, 목걸이가 아니라고 하면 관심받을 줄 알았겠지. 선택받고 싶었을 뿐이었던 거야. 선택만 받을 수 있다면, 더 이상 서랍에 남겨지기 않아도 된다면 귀걸이가 되어도, 팔찌가 되어도 그 무엇이 되어도 좋을 것만 같았어.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수많은 외침을 듣던 서랍 속 초라해 보이는 목걸이가 나에게 말했어. 내가 너무 조급해 보인다나.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는 거야.

그래서 나는 물었지. 이 서랍에 얼마나 있었냐고. 그러자 자기는 이 서랍에서 25년을 있었다는 거야. 계속 이 서랍에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어둠 속에 갇혀있은지 25년이라는 거지. 자그마치 25년!!

그런데 기회라니.. 나는 그 초라한 목걸이의 말을 비웃었어. 그렇게 아무런 노력 없이 가만히 있으니 그 모양 그 꼴이라고. 그리고 나는 틈만 나면 열심을 내었어.

25년을 갇혀있었다는 말을 듣자 더 힘이 났어. 힘껏 반짝이려 노력했지. 초라한 목걸이에게 보란 듯이 말해 주고 싶었어. 가만히 있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이야. 꼭 증명해 보이고 싶었지. 난 그 초라한 목걸이가 아니니까 말이야.


그때 그 외침을 들었는지 부인은 드디어 목걸이를 집어 들었어. 목걸이는 순간 너무나 기분이 좋았어. 역시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지. 과연 날 무엇으로 사용할까? 내 외침처럼 머리에 얹는 걸까? 아니면 팔에? 부인의 손에서 영원히 떨어지지 않길 바랐지.


그런데 부인은 목걸이를 목에 걸지 않았어.

몸 어디에도 걸치지 않은 채 그냥 가방 안으로 집어넣었어.


흔들리는 가방 안에서 목걸이는 마음이 이상했어. 불안과 기대가 섞인 이상한 기분 말이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뭐가 되었든 더 이상 서랍 속은 아니라는 사실과 새로운 상황으로 나아가는 것이 흥분되었어. 가방 속에서 목걸이는 이런저런 상상에 빠져들었지. ‘혹시 새 주인을 만나는 걸까?’ ‘아니면 목적지에 도착해서 착용하려는 걸까?’ ‘어딘가에 버리려는 건 아니겠지?’

목걸이가 도착한 곳은 바로 처음 목걸이가 되어 많은 이들의 감탄을 듣던 보석상의 진열대였어.


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거지?






-The tale carri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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