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앞에 선 이들을 위한 작은 우화

1. 귀걸이가 되고 싶은 목걸이 vol.1

by 글로그림 Geullogrim

하늘은 파랗고 저 멀리 뭉게구름이 마치 누군가를 지그시 바라보는 것처럼 멋지게 피어오르는 어느 날 한 신사가 길을 걷고 있었어. 멋지게 차려입은 걸 보니 그냥 단순한 산책은 아닌 것 같아. 무얼 하고 있는 걸까? 그때 신사는 갑자기 허리를 구부리더니 돌 하나를 주워 들었어. 입으로 후후 불고 손으로 돌을 털어내고 문질렀지 그리곤 구름을 피해 빛을 내던 해를 향해 그 돌을 비춰보았어.


그때 뭔가 반짝인 것 같아. 반짝거린 건 햇살이었을까 아니면 그 돌이었을까?


신사가 발견한 것이 무엇이길래 신사는 저렇게 집중하고 있는 걸까? 그 신사가 들어 올린 건 그냥 돌이 아니야. 그건 바로 보석이지. 예쁜 돌멩이보다 못한 울퉁불퉁하고 탁한 색깔 때문인지 아무도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모양이야. 그저 길가에 널린 못생기고 쓸모없는 돌들 중 하나인 줄 알았겠지. 하지만 신사는 알고 있었어. 그게 무엇이 될지 말이야. 그리고 얼마나 소중한지 말이지. 신사는 원석을 소중히 들고는 솜씨가 가장 뛰어난 보석 세공사를 곧바로 찾아갔지. 신사는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있었거든.


원석을 받아 든 세공사는 신사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지. 어디서 이런 훌륭한 보석을 찾아내었냐고 묻는 것 같았어. 그리고 자신에게 이 멋진 보석의 세공을 맡겨줌에 감사하고 기뻐했지. 세공사는 오랜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갈고닦으며 영롱한 빛이 찬란하게 빛나도록 온갖 기술을 동원했지. 단단한 그 보석을 깎아 내고 다듬는 데는 상당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어. 오랜 시간 끝에 세공사는 그 소중한 하나의 원석으로 여러 가지 보석을 만들었어. 목걸이, 귀걸이, 반지, 팔지, 모두 아름답고 훌륭했지. 이렇게 아름다운 보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누구도 원석의 처음 그 모습을 상상하진 못할 거야.


모두 아름다운 보석이었지만 단연 돋보이는 것은 목걸이였어. 그 반짝임 앞에서 누구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마법에 걸린 듯 한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

목걸이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어. 그 볼품없던 원석이 이렇게 멋진 목걸이로 탄생할 줄은 말이야. 목걸이는 진열대 상단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했어. 모두를 내려다볼 수 있었지. 같은 원석으로 만들어진 귀걸이, 반지, 팔찌도 보였지. 목걸이는 너무 뿌듯했어. 그리고 사람들이 감탄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자신이 아주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되었지. 왜 자신이 그렇게 높은 자리에 있는지 알 것 만 같았어.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아주 반짝이는 것을 보았거든.


자신이 발견한 원석이 아주 아름다운 보석으로 탄생한 것을 본 신사는 무척 흐뭇해했어. 이렇게 훌륭하게 탄생할 줄 알았다는 듯이 말이야.


사람들은 진열장에 걸린 목걸이를 한참 바라보며 무척 갖고 싶어 하는 눈치였어.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목걸이는 하루빨리 자신의 본분을 다 하고 싶었어. 사람의 목에 걸리는 일말이야. 그런데 웬일인지 자신은 빨리 그 일을 할 수 없었어.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며 자신을 바라보긴 하지만 정작 자신을 택하지는 않는 눈치였어.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었지. 함께 만들어진 반지와 팔찌는 벌써 주인을 만나 어디론가 가버렸는데 말이야. 그래서 목걸이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지.


수줍은 모습으로 엄마와 함께 들어온 이제 막 아이티를 벗은 소녀가 보였어. 화장기 없이 깨끗한 피부에 순수한 미소가 예쁜 아가씨였어. 맑은 눈으로 자신한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 모습에 목걸이는 그 예쁜 아가씨의 목에 걸린 상상을 해보았지. 그런데 좀처럼 안 어울리는 것 같았어. 목걸이가 너무 눈에 띄는 모양새였지.

어린 아가씨가 엄마의 손에 이끌려 멀어지고는 기품 있어 보이는 나이 든 여인이 다가왔어. 그 여인은 한참 동안 목걸이를 바라보았어. 그런데 목걸이는 자기를 바라보는 여성의 주름진 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노부인이 목걸이를 보여 달라고 하자 목걸이는 기운이 쭉 빠져버렸지. 목걸이는 빛을 내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었어. 노부인은 목걸이를 목에 걸고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목걸이를 곧 제자리에 돌려놓았어.

어찌나 다행인지 몰라. 목걸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 물론 빨리 사람의 목에 걸려 목걸이의 본분을 다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노부인의 목은 아닌 거 같았어.


그렇게 여러 사람이 지나가고, 아주 화려하게 생긴 부인이 멋지게 잘 차려입은 남성과 함께 다가왔어. 화장도 화려하고 어찌나 잘 꾸몄는지 조금 주눅이 들긴 했지만 그 목에 걸린 상상을 하자. 힘이 났어. 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바로 그 여인의 목이라는 것이 느껴졌지. 그리곤 재빨리 한껏 반짝이며 빛을 내뿜기 시작했어. 정말 아름다웠지.


그 부인도 나의 빛나는 모습을 보았는지 남성의 팔을 끌며 나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었어.






-The tale carri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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