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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 Dec 11. 2022

오빠 보고 싶어

그리움의 무게

오빠 사랑해요.

소리를 아무리 질러도 고백은 오빠 근처에 닿지도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10대를 불태웠다. 당연히 내가 오빠랑 결혼할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점점 생각의 빈도가 줄어들던 그는 잊을만하면 앞에 나타나 한동안 날 미치게 했다.


아이가 100일도 안 되었을 때도 그랬다. 부기도 안 빠진 몸으로 오빠를 만나겠다고 한 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갔다. 그리고 어제, 4년 만에 그를 마주했다.


하은이 방에서 주섬주섬 하늘색 반짝이는 아이템을 챙겨본다.

“엄마, 태우 오빠 보러 가야 하니까 하은이 좀 봐줘!”


god가 돌아왔다. 나는 김태우의 목소리에 뻑갔다. 중, 고등학교 6년을 방송국이며 숙소로 쫓아다녔다. 14년생 하은이는 ‘애수’의 뜻도 모르면서 24년 전 노래를 흥얼거린다.


가볍게 지르지만 파워풀한 성량. 허스키할 듯 말 듯 비음 섞인 애잔한 목소리가 나라도 대신 가사 속의 사랑을 이어주고 싶게 만든다.


Say god!!!!


60대 중반의 흰머리가 듬성듬성한 그 회원도 말했다.

“우리 오빠도 김태우처럼 노래를 잘해서 인기가 많았어. 기타 치며 노래하면 시험도 까먹고 밤새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어.”

설레는 표정으로 어깨 봉긋하게 두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했다.


회원은 나이에 비해 근육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골다공증도 상당히 진행되었다. 체구도 작고 키는 나랑 비슷한데 말라서 10kg가량 차이가 난다. 처음에는 나와 비슷했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드신다는데 계속 살이 빠진다. 검진 결과는 괜찮았지만 늘 기력이 없다.


그래서인지 스트레칭이나 강도 낮고 익숙한 필라테스 동작만 하길 바랬다. 유방암으로 왼쪽 가슴을 절제 후 재건해서 상지의 움직임 범위가 제한적이다. 지속적으로 풀고 늘려가야 하는데 말려있는 어깨만큼 기력도 쪼그라들었다. 새로운 동작을 시도하거나 강도가 조금만 높아지면 ‘그.만.하.자’가 얼굴에 드러났다. 


회원에게는 두 살 터울의 오빠가 있었다. 여동생을 참 살갑게 챙겼다. 밤새 기타 줄을 튕기는 오빠 옆에서 흥얼거리며 자랐다. 오빠처럼 위트 있고, 멋지고, 노래 잘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이를 먹고 각자 결혼하고, 사는 곳이 멀어지고, 자식 키우고. 누구나 그렇듯 인생 사느라 바빠서 가끔씩 얼굴 보지만, 갈 때마다 통닭이며 꿀이며 영양제며 철마다 트렁크를 가득 채우는 보따리만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칠순이 채 되시기 전, 딸바보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아버지를 다 보내지도 못했는데 환갑이 채 안 된 오빠가 죽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하고 생존율도 높다는 위암. 약사가 바쁘다고 소화제만 먹더니 자기 병도 모르고 죽었다. 그 뒤로 자다가 깨서 오빠를 목놓아 부르다가 다시 눕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한다. 밥 먹다가 울컥하고, 길 가다 멈춰 선다. 벌써 10년째다.


그리움 때문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었나 보다. 어린이 병동에서 끝내 자식을 잃었던 엄마가 수시로 병원을 다시 찾아 의사며 간호사에게 죽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도했다. 주치의였던 장겨울 선생은 혹시 의료소송을 준비하나 싶어 철벽을 세웠다. 뒤늦게 알았지만,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죽은 아이를 기억하는 이들은 병원 식구뿐이었다. 아직 '은지 엄마'이고 싶어서 그렇게 드나들었던 것이다. 


우리 회원은 남은 가족은 멀리 살고, 남편은 따로 살고, 아들은 이제 막 장가갔고, 눈치 없는 딸은 손주를 맡길 때만 온다. 그리움을 나눌 사람이 없어 계속 기력이 없나 싶다. 


아침부터 god 콘서트를 다녀왔노라 말했다. 

"노래는 타임머신이 맞나봐요. 오빠들이 나온 잡지가 보물이었던 내 10대가 찡하게 떠올라 울컥했어요!”


“나도 그런 노래가 있어. 우리 오빠가 이문세 노래를 그렇게 잘했는데, 길기다 멀리서 음이라도 흘러오면 내 심장이 멎는 것 같아.


평소 같았으면 여기까지 하고 다음 동작을 진행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내 심장도 멈출 것 같아서 좀 더 그리움을 나누기로 했다.


“엄마. 더 이야기해줘.”


삼촌이 돌아가신지 10년이 되었다.

가장 사랑하는 회원이자, 가장 무관심한 회원. 

우리 엄마.

그리움의 무게가 가벼워질 쯤엔 몸무게도 늘고, 기력도 생기고, 움직임도 좋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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