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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Jun 19. 2024

혼잣말

비가 오려나 부다

앞집 사는 치매 할머니가 한 시간째 소리를 지른다

불 꺼진 집을 등지고 서서

열리지 않는 대문을 보며

할머니는 달래도 보고 화도 내기도 하며 서 있다

별도 달도 없는 밤

구릉이 잔뜩 내려앉았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 점점 작아지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에

할머니는 지치지도 않고 말을 하고 있다

상대 없는 대화 정도는 일도 아니라는 듯이

혼자 주고받으며 가끔 마당 한 바퀴를 도는 할머니를

부엌 치우다 말고 본다

나는 할머니의 소리를 듣지만 대답할 수 없고

할머니가 부르는 이는 여기 없으니 아무것도 모른다

오늘 밤 비가 내리고

공기가 서늘해지면 문득 정신이 들어 

집으로 들어가 이불 덮고 푹 주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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