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나를 키워야 하는 이유

by 레마누
4월 20일 지담작가님의 유튜브라이브 스트리밍을 보고 들은 내용과 제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매주 일요일 오전 7시는 지담작가님이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동참만으로도 사고의 확장이 이뤄지는 신기한 시간입니다.
출처 : 픽사베이

질문 : 나의 못난 점이 상대에게서 보일 때 힘들어요.


나와 똑같은데 그게 보기 싫다면

상대가 미운 건가요? 내가 미운 건가요? 내가 미워하듯 상대도 나를 미워할까 겁이 나는 걸까요?

왜 겁이 나는 걸까요?

겁이란 두려움입니다. 손에 쥔 것을 놓칠 까봐 혹은 들킬까 봐 겁이 납니다. 상대방이 무섭다 상대에게 겁이 난다는 것은 상대에게 얻을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얻고 싶은 것이 있고,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때 받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나를 포장하기도 하고 맨얼굴을 보이기도 합니다.


상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인정과 위로, 감정을 드러내려고 하면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 좋습니다. 거래를 하러 나갈 때는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나는 하나지만 상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일 상대에게서 나의 못난 점이 보이는데 그게 싫다면 그것은 상대가 미운 것이 아니라 내가 미운 것이고, 상대방과의 관계의 문제입니다.


내가 나를 키워야 하는 이유


상대에 따라 나를 드러낼 용기조차도 조금 조절해야 합니다. 사람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말과 눈빛으로도 상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나를 키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에서 겁이 생깁니다. 나를 키우면 힘들지 않습니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인정하지 못한 부분은 노력해서 키우면 됩니다. 인정하다는 것은 확실히 그렇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나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힘이 듭니다.


나를 추구하고 인정하고 강하게 키워라.


끝까지 데리고 살 사람은 나밖에 없습니다. 아름다움의 정체, 숭고하다는 정체, 경이로움의 정체를 알고 싶은데 그것을 느끼고 싶은데 안 된다면 내가 아직 작아서 그것이 오지 않은 것입니다. 나를 키워서 채우면 됩니다. 채우면 넘치고 넘치면 흐르고 흐르면 배이고 배이면 영원히 남습니다. 스며들어 오래도록 남는 것이 됩니다. 잘 보일 필요도 인정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직 작아서 큰 것이 오지 않은 것입니다. 나를 키우며 기다리면 됩니다.


모든 길은 결국 나부터다.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합니다. 내 정신의 힘을 키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를 키우려면 많은 자극에 나를 노출시켜야 합니다. 깨닫는 순간이 더 큰 내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자극이 있어야 반응이 옵니다. 자극이 많을수록 반응이 많아입니다. 많은 자극은 나를 깨지게 합니다. 깨지고 깨닫고 깨우치고 깨어납니다.




이상한 일이다. 일요일 오전 7시에 만나는 사람들의 질문이 내가 항상 궁금한 것들과 통한다. 그들은 모두 성인이고,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르고 알고 싶어 한다.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질문을 한다. 그리고 지담작가님은 특유의 장난스러움과 번뜩이는 재치로 알기 쉽게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낸다. 마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의 한 코너 같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이다.


낯설고 당황스러운 일들의 연속이다.제 아이들의 학교 정문 앞에서 접촉사고가 났다. 신호를 기다리는데 뒤에서 차가 와서 쿵. 하고 부딪쳤다. 뒷좌석에 타 있었던 아들이 머리가 아프다며 저녁도 안 먹고 저녁 8시에 잠을 잤는데 겁이 바짝 났다. 혹시 많이 아픈 건 아닐까. 싶어 오늘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를 했다. 나도 어깨와 목이 아파서 나란히 누워 치료를 받았다.


오후에는 자궁검사가 있어서 다른 병원에 갔다. 십 년 동안 아이들을 픽업하면서 사고 한번 없었는데, 어제 사고가 났다. 세 아이를 낳고도 멀쩡한 자궁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썽을 부린다. 그 와중에 남편은 신경성이라며 그 정도 했으면 됐다고 그렇게 했는데도 안 되면 안 되는 거라고 옆에서 염장을 지른다. 요즘 들어 뜸했던 시어머니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를 호출한다.


마치 온 세상이 작정하고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

이래도 글 쓸 거야?

야 이렇게 하는데 책이 눈에 들어오니?

백팔배는 무슨. 네가 고통에 대해 뭘 안다고. 그냥 하지 마.

새벽에 일어나지 말고 잠이나 자.

네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이 정도만 해도 돼.


사방팔방에서 악마가 속삭인다. 설상가상으로 거대한 체는 자꾸 나를 흔든다. 떨어져 나가라고 이 정도가 너의 한계라고 힘을 다해 나를 흔들고 있다.


힘들면 힘들수록 더 하고 싶다. 오기가 생긴다.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렇게 시련을 주시나 싶어 아픔이 고통이 시련이 반갑기까지 한다. 지금껏 편안하게만 살았다. 조금만 아프면 멈췄다. 딱 그 정도가 나였다. 성장도 없고 실패도 없는 밋밋하고 재미없는 시간들. 잔잔한 호수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


계산을 치르지 않았다. 이제야 계산서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신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동안 누리기만 하고 값을 치르지 않았던 것들을 치러내느라 몸도 마음도 고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계산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마땅히 치러야 할 계산서임을 인정하고 빚을 갚아가고 있다.


예전과는 다르게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아파하고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나눠주며 그렇게 빚을 탕감해 간다. 계산서가 영주증으로 바뀌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실망하지도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하루를 채운다.


엄마의 유산

가야 할 곳 먼저, 가고 싶은 곳 나중

먹어야 할 것 먼저, 먹고 싶은 것 나중

봐야 할 곳은 먼저, 보고 싶은 곳 나중

해야 할 말 먼저, 하고 싶은 말 나중

들어야 할 말 먼저, 듣고 싶은 말 나중

읽어야 할 책 먼저, 읽고 싶은 책 나중

잡아야 할 것 먼저, 잡고 싶은 것 나중

배워야 할 것 먼저, 배우고 싶은 것 나중

써야 할 것 먼저, 쓰고 싶은 것 나중

줘야 할 것 먼저, 주고 싶은 것 나중

이해할 것 먼저, 이해시키고 싶은 것 나중


전자는 의무, 후자는 권리

전자는 대가, 후자는 보상

전자는 구속, 후자는 자유

전자는 필수, 후자는 선택

-엄마의 유산 중 P.144-


지금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에는 노력이 뒤따른다. 노력이란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쓰는 것이다. 허투루 대충 하는 건 노력이 아니다.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이루고 싶은 것이 크다면 내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내가 작은데 큰 것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욕심은 화를 부른다. 모든 것이 나를 키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흔드는 모든 것들이 결국 나를 키우는 것이 된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 못 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따라왔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제법 마음에 든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생길까 기대하며 오늘을 마감한다.


keyword
이전 07화나를 위해 환경을 바꾸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