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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Nov 07. 2023

믿을 수 없겠지만 요가한 지 4년째

오늘 처음 해 본 사람보다 못하지만

내 일상을 지탱해 주는 몇 가지가 있다. 당연히 그 몇 가지에는 가족, 일, 아침 공기 내음, 점심시간 공원에서 갖는 몇십 분의 독서가 속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요가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에 시작해 꽤 오랫동안 내 속에서 부침 없이 자리 잡은 키워드이다.

중간에 쉬었던 때를 제하면 4년째 꾸준히 하는 생활 습관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처음 만난 이들이나 내가 요가를 하는지 몰랐던 이들은 4년 동안 요가를 하는 중이라고 하면 으레 "정말 잘하시겠어요?"라든가 "그 정도면 강사 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반문하곤 한다.


그러면 나는 손사래 치듯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대답한다. 이 말을 믿는 이들은 거의 없는데, 가끔 나와 함께 체험으로 요가 수업을 같이 받으면 내 말이 진실이었다는 걸 뒤늦게 인정한다. 그들은 연달아 "아니, 오래 했는데 어떻게 이러시냐"며 충격받은 얼굴로 묻거나 "우리 둘 다 초보네요" 하며 허탈해하는 분들도 있다.

참, 여기서 오해할만한 분들이 있어 말씀드리자면 한때는 주 5일 중 주 5회, 그러니까 주말 빼곤 매일 한 시간씩 수련한 적도 있고 적게 할 때도 주 2~3회는 꼭 수련하러 요가원에 갔다. 아침에 일어나거나 잠들기 전에 스트레칭을 위한 요가도 물론 꾸준히 했다. 요즘은 주 2회는 회사 근처에서 점심시간에 요가를 하고, 주 2회는 집 근처에 있는 요가원엘 간다.  

그러니까 이 정도면 아주 처참한 수준이다. 누가 해도 나만큼 시간을 들였다면 적어도 중급 수준은 되어야 한다. 나는 오늘 처음 요가원에 와 봤다는 분이 나보다 잘하는 걸 수차례 목격한 사람이다.

가끔은 선생님도 헷갈리시는지 벽으로 매트를 끌고 가는 나를 보며 "유연님은 시르사아사나(머리 서기)를 하실 수 있지 않으세요?"라고 물으실 정도다.(초보들은 벽으로 가서 머리 서기를 연습하기 때문이다)

 

새벽 요가를 좋아한다. 하고 나면 이렇게 해가 떠오른 새로운 날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

 

선생님은 잘못은 없다. 그렇게 수업을 많이 듣고 수련도 오래 했는데 아직도 시르사아사나를 못 한다는 사실은 보통 사람을 가르쳐본 선생님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건 다 나이기에 가능하다. 아마 보통의 신체 능력을 가졌다면 누구나 이쯤 되면 시르사아사나를 했을 것이다. 우리 엄마도, 우리 남편도, 나까지 장담한다.

내 신체 능력은 아주 많이 뒤떨어지는데, 몸으로 하는 데에는 누구도 내 바닥을 따라올 수 없다. 수영 자유형만 해도 나 혼자 숨쉬며 자유형을 헤엄치지 못해서 3달 동안 배웠다. 물론, 그러고도 여전히 잘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은 옆반으로 진급해 배영, 접형 배우는 3달 동안 계속 남아서 자유형만 한 사람은 나뿐이었다. 수영 선생님의 충격받은 얼굴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심지어 노는 것도 아니고 수업을 빼먹는 사람도 아니고 열심히 하는데 좀처럼 나아지질 않으니, 나도 선생님의 충격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요가가 안 맞는 운동일까? 아니다. 내가 필라테스를 안 해봤겠는가. PT를 안 받아봤겠는가. 웨이트닝을 안 해봤겠는가. 그 뒤는 생략하자. 나도 부끄러우니까. 하나씩 늘어놓으며 내 바닥을 비추는 건 좀 글자 낭비 같다.

이렇게 못하는데도 아직 요가를 하고 있다. 시작 전에 고요히 앉아 명상하는 그 짧은 순간이 좋고 땀을 흘리며 호흡에 동작을 싣는 시퀀스들이 사랑스럽다.

나는 여전히 초보이지만 4년 전, 요가를 시작할 때는 온몸을 굽혀봤자 손이 무릎 밑으로 내려갈 수 없었는데 지금은 땅바닥에 손이 닿는다. 차투랑가도 못하던 내가 아쉬탕가 하는 동안 차투랑가를 여러 번, 거뜬히 해낼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별 거 아닌 한 걸음처럼 보이겠지만 내게는 위대한 도약인 셈이다.


천천히, 느리지만 가고 있는 중이다. 요가에서 나는 내 삶의 방향성을, 느리지만 진행 중인 속도를 느끼곤 한다. 오늘도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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