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방
좋은 일도 많았으련만
못되고 아픈 기억만 골라
방안 가득 층층이 쌓는다
기술 좋은 속임수처럼
입 밖으로 나온 기억은
금세 부풀어오르고
가끔 변명이 하고 싶은 날엔
심하게 굴절되어
내 것이 아닌 기억을
내 것처럼 만든다
좋은 일도 많았으련만
못되고 아픈 기억이 잉태한 우울은
건강을 해칠 만큼
불면의 밤을 이끌고
고장난 기억의 회로는
새것인 나의 오늘을
통째로 집어삼킨다
한 칸 두 칸
기억의 방은 늘어나고
나는 점점 비겁한 생활인이 되어 간다
(사진 이윤성 @yoonseung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