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성큼 다가오는 여름의 기세에 눌려 봄이 뒷걸음치는 5월 하순이었다.
등산을 하려고 산 입구를 향하여 걸어가다 신축공사가 한창인 곳을 지나게 되었다.
길 양쪽으로 높다란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개구리 한 마리가 그 앞에서 폴짝폴짝 점프를 하고 있었다.
펜스에 부딪쳐 바닥으로 떨어지면 다시 뛰어오르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펜스를 뛰어넘고 말겠다는 기세였지만 그건 어리석고 무모한 짓이었다.
펜스는 3m 이상의 높이인데 개구리가 뛰어오르는 높이는 한 뼘 정도 남짓했다.
그래도 녀석은 포기하지 않고 점프를 계속하고 있었다.
녀석은 벽에 부딪쳐 심한 상처를 입거나 탈진상태에 몸이 건조해져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
건축 공사장은 산자락으로 원래 너른 숲이 있던 곳이었다. 도랑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그곳은 개구리들의 낙원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문득 기습적이고 무차별적인 개발에 얼마나 많은 개구리들이 희생되었을까. 간신히 목숨을 구한 개구리들은 생활터전을 잃고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개구리의 원망과 한탄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제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보내 달라고 절규하는 것 같았다.
개구리를 바라보는 마음이 애잔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개구리를 두 손으로 들어 올렸다.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기 위해서였다.
개구리가 목숨을 담보로 가기를 원하는 펜스 안은 이미 지옥으로 변한 곳이라서 되도록 멀리 떨어진 곳에 놓아주고 싶었다.
걷다 보니 풀밭이 나타났다. 사람들의 통행도 뜸한 곳이어서 안심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도 나는 길에서 한참 벗어난 곳으로 걸어가 개구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개구리는 경황이 없는지 아니면 힘이 모두 소진되어서인지 한동안 꼼짝 안 하고 있었다.
쪼그려 앉아 계속 주시하고 있는데 다행히 개구리는 앞을 향하여 뛰어 달아났다.
“개굴아, 이제 이곳이 네 놀이터이고 고향이야. 좋은 친구들 만나 건강하게 잘 지내”
나는 마음속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나는 개구리가 사라진 후에도 쪼그려 앉은 채 물끄러미 앞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높은 펜스 앞에서 폴짝폴짝 뛰어오르던 개구리처럼 사람들도 뛰어넘지 못할 목표를 세우고 애쓰며 시간 낭비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끝내는 좌절이라는 쓴 잔을 마시게 될 것이 뻔한데 말이다.
목표는 높게 세워야 하겠지만, 턱없이 높으면 이상일뿐이다.
도전을 위해 목표를 세울 때는 현실적이고 달성이 가능하며 정해진 기간 안에 끝낼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